[우리말]사돈은 머리를 꾸벅거린 사이? 고려 윤관의 일화에서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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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사돈은 머리를 꾸벅거린 사이? 고려 윤관의 일화에서 유래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33. 사돈

  • 승인 2016-05-08 23:04
  •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그때 그 코너’를 기억하십니까?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는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본보의 홈페이지를 통해 네티즌 독자들을 위해 서비스됐었습니다. 무심코 사용하는 우리말 속에 담긴 유래와 의미를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가 출간한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게재됐었습니다.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으로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추억의 코너를 되살려보기 위해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시즌 2를 시작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주>



우리나라 풍속에서 혼인을 한 두 집안의 어버이끼리, 또는 두 집안의 같은 항렬行列이 되는 친족끼리, 그 밖의 상대편의 아래 항렬이 되는 이에게 부르는 호칭법으로 사돈이라는 말이 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의 아들과 딸이 결혼을 하면 그 신랑 및 신부의 부모가 서로 사돈이 되고 부모와 같은 항렬의 친족과 아래 항렬이 되는 친족을 부를 때 사돈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전승되는 이야기가 있다.

고려시대의 윤관은 여진 정벌로 명성을 떨친 명장이었다. 그가 1107년에 북방 정벌의 원수가 되어 동북방 국경지대에 있는 여진족을 토벌한 뒤 그곳에 구성을 쌓고 경계에 임하고 있을 때, 자기의 아들과 부원수인 오연총의 딸과 혼인을 맺어 두 집안은 정이 더욱 두터워져 서로간의 왕래가 잦았다. 그러므로 맛있는 음식과 좋은 술이 생기면 이를 말에 싣고 달려가 두 사람 사이의 정을 서로 두터이 나누었다.

그런데 윤관의 집은 시내에 있었고, 오연총의 집은 시내에서 십 여리나 떨어진 시골에 있었는데 하루는 오연총의 집에서 빚은 술이 맛있게 익어 오연총은 그 술을 말에다 싣고 시내에 사는 윤관의 집으로 행해 출발하였다.

그런데 그가 윤관의 집으로 가는 도중 갑자기 비바람이 심하게 쳐서 그는 잠시 그 비바람을 피하였다가 그것이 그치자 다시 말을 타고 시내로 들어가 본 즉 그 사이 내린 비로 강물이 범람하여 도저히 강을 건널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는 강 건너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마침 그때 윤관도 좋은 술이 생겨 이를 말에 싣고 오연총의 집으로 가다가 강을 건널 수 없어 강 건너편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섰는지라, 이윽고 서로가 상대편을 알아보고 무척 기쁜 표정들을 지으면서 이곳까지 온 뜻을 상대방에 알리기 위하여 오연총은 술병을 흔들어 보인 즉, 윤관 쪽에서도 역시 술병을 들어 답하는지라, 서로가 마음 속으로 만족해하면서 오갈 수 없는 형편을 못내 아쉬워하였다.

하는 수 없이 둘은 강을 사이에 두고 양편 둑 위에서 서로 술을 권하기로 하고 오연총은 나무를 벤 밑둥치에 걸터앉아 술을 한 잔 부어 “내 술을 한 잔 드시오.”라는 뜻으로 술잔을 높이 들고 머리를 조아리는지라, 건너편의 윤관도 술을 술잔에 따라서 높이 들고 “내 술도 한 잔 드시오.”라는 뜻으로 머리를 조아렸다.

이렇게 몇 순배를 하면서 서로가 말이 없는 가운데 정다운 몸짓으로 정을 돈독히 나누었다고 한다.

그 뒤 이 같은 사실이 세상에 퍼지자, 사람들은 혼인을 한 두 집안의 어버이끼리 서로가 머리를 꾸벅거린 관계라고 하여 ‘사실(고찰)할 사査’자와 ‘머리 조아릴 돈頓’ 자를 써서 사돈査頓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우리 속담에 ‘사돈 밤 바래’라는 말이 있는데 이편에서 바래다 주면 곧이어 다음번에는 상대편에서 바래다 주고 하여 자주 되풀이한다는 뜻이다.

그런즉 자녀들끼리 부부의 인연을 맺은 부모들이야말로 따지고 보면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가?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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