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비 부담에 환자가족 시름
요양병원 환자유치 브로커 활개
간병인도 소개비 받고 병원에 환자 알선
#사례1= 암 투병중인 어머니를 지역 A종합병원에 입원시킨 이모씨(49)는 맞벌이 부부다.
입시를 앞둔 고3, 고1인 아들과 딸까지 있어 어머니의 간병을 할 수 없었던 이씨는 개인 간병인을 고용했다. 이씨는 한달 간병비를 보고 깜짝 놀랐다. 220만원의 간병비가 청구됐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입원비, 치료비, 각종 검진비 등 총 의료비는 130만원 정도였다. 최근에는 암 치료비에서 정부 보장성이 강화되면서 총 진료비의 5%만 부담하도록 하고 있어 정작 수술비는 간병비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 씨는 “옆에서 직접 어머니를 챙겨드리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간병인을 고용했지만 간병비가 이렇게 큰 부담으로 다가올줄 몰랐다”며 “생업을 포기하고 간병을 할 수 없다보니 앞으로 입원이 장기화 될 경우 걱정부터 앞선다”고 말했다.
#사례2= 대전지역 요양병원이 급증하면서 가격 경쟁이 치열하게 일었다. 환자들 사이에서는 B요양병원은 ‘본인부담금이 없다’, C요양병원은 ‘환자들에게 일부 돈을 지급한다더라’며 서로 가격 낮추기에 혈안이 됐다.
문제는 이들 요양병원들이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간병비를 줄이는 방법을 선택했다. 환자 2~3명당 간병인 1명을 고용해도 밀착 서비스가 어렵지만 일부 요양병원들은 간병인 1명이 6명~10명까지 환자를 돌보기도 했다.
요양병원 관계자는 “치료비와 진료비 등은 법적으로 정해져 있다보니 가격을 낮출 수 없고 비용을 줄일수 있는 부분은 간병비 밖에 없다”며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 결국 간병비를 낮추게 되고 간병비를 낮추려 하다보면 환자들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해 줄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환자 부담 감소와 요양병원들의 불법 차단을 위해 간병비 급여화가 시급하다.
보험 급여란 의료보험 적용을 받는 것을 말하며 진료비의 일부는 본인이 부담하지만 나머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의료기관에 지급하게 된다. 급여화가 될 경우 제도적 차원에서 적정 진료비가 책정되고 간병비에 따른 환자들의 부담이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무엇보다 정부 감시망 내에 있다보니 간병비를 통한 가격 낮추기, 환자 유인행위 등이 불가능해 진다.
현행 간병비는 적게는 하루 7만원~9만원으로 한달이면 201만~270만원 정도를 환자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병원 내의 간병인들은 병원이 관리하지 않고 철저하게 개인사업자다. 환자들이 자율적으로 간병인을 고용하도록 하고 간병인에 따른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병원은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간병인들이 소개비를 받고 환자들을 지역내 요양병원에 알선해 주고 있고 병원에 환자를 유치해주는 브로커들이 활개치고 있지만 이를 감시할 수 있는 장치는 전혀 없는 상태다.
현행 의료법 제27조 제3항은 ‘누구든지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불특정 다수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등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의료법에 명시된 환자 알선행위가 마치 관행처럼 횡행하고 있지만, 사각지대로 남아있는 상태다.
간병비 부담 줄이기와 이같은 병폐를 막기 위해 공동간병인제도의 하나인 ‘간호·간병 통합서비스’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갈길이 아직 멀다.
간호인력이 치료와 간병사 역할을 도맡아 하면서 간병인을 별도로 고용하지 않아도 되는 제도이지만, 간호인력 수급문제 등으로 제도 정착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는 지금도 부족한 간호인력을 충원하기 어려운 지방에선 사실상 실현이 불가능할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는 건보공단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높은 수가를 적용하고 있어 병원들이 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수가가 떨어지는 순간 이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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