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유성구 일리아갤러리서
어린이날을 맞이해 특별한 낭독회가 열렸다. ‘어른들은 좌절한 어린이’라는 의미에서 준비한 이날 낭독회는 박진성 시인과 이이체 시인의 시를 한 자리서 읽고 작품에 대한 시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난 5일 오후 5시 대전 유성구 일리아 갤러리에서 박진성 시인과 강혁 일리아 갤러리 대표가 공동주최한 ‘좌절어린이낭독회’가 열렸다.
독특한 낭독회 이름에 대해 박진성 시인은 “황병승 시인의 시 중 ‘어린이날기념좌절어린이독주회’라는 시를 패러디한 것”이라며 “큰 의미는 없고 언어유희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150분가량 진행된 낭독회는 1, 2부로 나뉘어 1부는 박 시인, 2부는 이 시인의 시를 낭독하고 시에 대한 시인의 생각을 나누는 식으로 진행됐다.
1부는 박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식물의 밤’(문학과지성사ㆍ2014) 중 ‘갠지스의 바람’이라는 시를 박 시인이 낭독했다.
진행을 맡은 손미 시인이 어떻게 쓰게 된 시인지 묻자 박 시인은 “2013년에 쓴 시인데 어느날 ‘희망은 무엇인가’에 대해 묻고 싶어서 생각 끝에 써내려간 시”라며 “2009년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이때 이 시를 쓰며 회의감을 느꼈던 ‘시 쓰기’를 다시 사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낭독한 시 중 ‘나의 아름다운 사전’에 얽힌 사연도 소개됐다. 박 시인은 “아끼는 시여서 시집 이름으로 마지막까지 거론됐지만 이미 비슷한 제목이 있어서 ‘식물의 밤’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2부에서는 이 시인의 신간 시집 ‘인간이 버린 사랑’(문학과지성사ㆍ2016)을 낭독했다. 먼저 이 시인이 수록 시 ‘당신의 심장을 나에게’를 읊은 뒤 독자가 ‘몸의 애인’, 시인이 ‘야수’, 다시 독자가 ‘인간이 버린 사랑’을 읽었다.
손 시인이 두 번째 시집이 나온 과정을 묻자 이 시인은 “강박증이나 편집증이 있어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스스로 맞추는 편”이라며 “시집의 내용이나 구성은 대체로 크게 변하지 않은 채 몇 년간 흘러왔는데 자연스럽게 원래 구상했던 모양새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엔 이렇게 돼버렸다고 말하는 게 가장 올바르고 정확한 대답”이라고 말했다.
이날 낭독회에선 두 시인이 서로에게 쓴 미발표 시 한 편씩을 공개했다. 또 강혁 작가가 박 시인의 시 ‘갠지스의 바람’과 이 시인의 시 ‘몸의 애인’을 그림으로 그려 두 시인에게 선물했다.
낭독회에 참가한 유모(20ㆍ여)씨는 “이 시대 시의 자리와 시인의 자리가 무엇인지, 그리고 시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진지하게 시인과 독자가 같이 고민하는 소중한 낭독회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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