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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건전하게 태어나 따뜻한 가정에서 사랑 속에 자라야 한다.’
대한민국 어린이 헌장 제1조다. 아동복지법에도 ‘아동은 완전하고 조화로운 인격발달을 위해 안정된 가정환경에서 행복하게 자라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따뜻하고, 안정된 가정을 잃은 아이들은 여전히 많다. 보호자의 학대, 부모 이혼 혹은 사망, 비행 가출, 미혼모 사생아 등 이들은 여러 이유로 가족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이 친구들을 ‘고아’라고 부른다. 최근엔 ‘요보호아동’이라는 말이 대신 쓰인다.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로부터 이탈된 아동, 보호자가 학대하는 경우 등 보호를 필요로 하는 아동을 뜻한다.
여기 요보호 아동 두 명이 있다. 미진(12·가명)이는 집에서 어떤 행동도 자유롭게 할 수 없다. 아빠와 새엄마가 뭐든지 트집을 잡아서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은 물론, 부모가 식사할 때는 방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기다려야 한다. 무릎을 꿇은 채로다. 툭하면 욕설이 날아 왔고 하나부터 열까지 통제를 받았다.
서준(10·가명)이는 어렸을 때부터 아빠에게 맞았다. 이유는 없었다. 아빠는 술을 마시거나 TV를 보다가 갑자기 주먹이나 발을 날렸다. 엄마는 서준이가 6살 때 집을 나갔다. 처음엔 당연히 맞아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은 ‘왜 맞아야 하는지’ 도대체 모른다.
이웃의 신고로 미진이는 새로운 가정에 입양됐다. 서준이도 친척의 도움으로 보호시설에 입소했다.
대전·충청지역에도 미진이나 서준이 같은 요보호아동은 매년 발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15년 요보호아동 발생·조치현황’을 보면 지난해 대전·충청지역에서 요보호아동 480명이 발생했다.
발생 원인별로는 학대가 137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부모이혼(125명), 미혼모·부·혼외자포함(67명), 부모사망(43명), 부모빈곤·실직(31명), 부모질병(27명), 가출(7명), 미아(1명) 순이었다.
이 친구들은 대부분 어린이 보호시설에 보내지거나 입양 혹은 보호가정에 위탁되고 있다. 전체 요보호아동 중 191명이 양육시설로 보내졌다. 168명은 가정위탁됐다. 62명은 공동생활가정에서 생활 중이며, 24명은 입양됐다. 18명은 일시보호시설에서 당분간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에게 돌아간 아이는 17명에 불과했다.
지역별로는 충남이 189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충북(181명), 대전(100명), 세종(10명)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통계보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요보호아동이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고나 보호시설 입소 등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아이들은 요보호아동 발생 현황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전아동보호전문기관 김미애 관장은 “우리나라는 유일하게 ‘훈육’으로 명시된 자녀 체벌이 정당화 된 나라이다보니 훈육차원의 처벌을 이해하는 시민 정서 안에서는 아동학대 개선 등 변화 자체가 어렵다”며 “폭력이나 방임 등이 잘못됐다는 정서적 변화를 시작으로 강력한 법, 제도의 개선과 조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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