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장애등급이 없어서 재지급이 안된다네요….”
신재호(53)씨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뇌성마비로 손과 발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지체장애인이다. 그런 그에게 전동 스쿠터는 꿋꿋이 삶을 살아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도움 없이는 집밖에 나가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전동 스쿠터가 지원된 이후 달라졌다. 전동 스쿠터 덕분에 가고 싶은 곳에 가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다.
주일이면 아침 일찍 나와 다니는 성당 주변 쓰레기를 주웠다. 결혼식이 있는 날이면 주차 안내까지 했다. 쓰레기를 줍다 계족산 중턱까지 올라간 적도 많았다.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전통 스쿠터가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다. 5년 동안 신씨의 두 다리 역할을 해준 전동 스쿠터가 노후한 되면서 핸들이 뻑뻑해져 점점 운전하기 힘들어졌다. 닳아버린 타이어도 문제였다.
‘타는데 까지 타보자’는 마음이었지만 전동 스쿠터는 빠르게 노후됐다. 결국 신씨는 지난달 대덕구청을 찾아 전동 스쿠터 지원 신청을 했다.
정부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해 전동 스쿠터나 휠체어 등 장애인 보장구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번처럼 전동 스쿠터는 문제없이 지원될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지원할 수 없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이유는 하지장애등급이 없다는 것이었다. 다리가 불편함을 호소했지만 소용없었다. “하지장애등급이 있어야 한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며칠 뒤 구청으로부터 공문 하나가 왔다. “지원 적합 여부를 검토한 결과 수동휠체어를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손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고 근력도 약한데 수동 휠체어를 지원한다는 공문에 신씨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부당함을 알려야겠다”는 마음으로 그는 2일 오전 대덕구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하지장애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전동 스쿠터 지원이 어렵다는 대답은 납득할 수 없다”는 피켓을 들은 채였다. 신씨는 전동 스쿠터 지급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1인 시위를 계속할 생각이다.
대덕구는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신씨의 장애등급 재판정 심사를 의뢰한 상황이다. 심사 결과 하지장애등급이 나오면 신씨에게 전동 스쿠터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구 관계자는 “신씨가 처한 상황이 안타깝지만 지급기준이 있는 만큼 당장 전동 스쿠터를 지원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지난번 지원과 이번 수동휠체어 지원 결정은 행정상 착오가 있어 신씨에게 정중히 사과를 했고, 장애등급 재판정 결과가 나오는 대로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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