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객이 놓고 내린 휴대폰을 매입해 팔아넘기는 '흔들이' 조직원이 택시기사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제공=대전 대덕경찰서 |
택시에 놓고 내린 고가 휴대폰 사들여 되팔아
대덕 경찰 택시기사로 위장해 일당 붙잡아
손님이 두고 내린 휴대폰을 팔아넘긴 택시기사와 이를 밀수출업자에게 되판 조직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직접 택시를 몰며 이들의 범죄수법과 거래장소를 파악, 접선장소에 모인 일당을 그 자리에서 긴급체포했다.
대전 대덕경찰서는 2일 택시기사들로부터 분실한 휴대폰을 사들여 밀수출업자에게 팔아넘긴 혐의(장물취득 등)로 총책 A(36)씨를 구속하고 조직원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에게 휴대폰을 넘긴 택시기사 13명도 함께 입건됐다.
A씨 등 일당은 3월 17일부터 4월 16일까지 대전과 청주, 천안을 돌며 택시에 손님이 놓고 내린 휴대폰을 ‘흔들이’ 수법으로 한 개당 1~7만원에 총 45대를 매입, 이를 중국, 필리핀 등에 밀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흔들이’는 늦은 밤 도로변에서 휴대폰 액정 불빛을 흔들어 택시기사에게 휴대폰 매입 의사를 밝히는 것이다. 택시기사가 거래에 응하면 조직원이 택시에 탑승하거나 멈춰 서 거래를 진행한다. 일당은 대전역, 대전복합터미널, 궁동소비자 마트 등 지역 곳곳에서 이런 수법으로 분실 휴대폰을 사들였다.
이들은 거래를 진행하다 이상한 낌새를 채면 거래를 그만하거나 장소를 바꿔 다시 만나는 등 교묘히 수사망을 피해왔다. 또 매입한 휴대폰을 골목이나 에어컨실외기에 숨긴 후 나중에 찾아 수사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에 대덕경찰서 조남청 형사계장 등 형사 2명은 택시자격증을 딴 후 직접 택시를 몰았다. ‘흔들이’ 일당을 추적하기 위해서였다. 택시기사가 형사인줄도 모르고 일당은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흔들었고, 택시에 타 흥정하며 거래를 시도했다.
휴대폰이 최신 기종일수록 가격을 높게 불렀지만 비밀번호나 패턴 등 잠금이 설정됐거나 액정이 파손된 휴대폰에는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 구형 스마트폰이나 폴더폰은 아예 매입하지 않았다. 수사를 진행하던 경찰은 지난달 16일 새벽 총책과 조직원들이 만나는 접선현장을 덮쳐 이들을 모두 검거했다.
경찰은 이들이 휴대폰 기기는 물론 전화에 저장된 은행 계좌번호와 보안카드, 여권과 신분증 사진 등 개인정보까지 팔아넘긴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조남청 대덕서 형사계장은 “다른 지역 흔들이 조직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분실 휴대폰에 저장된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인한 2차 피해를 확인하고 있다”며 “일단 휴대폰에 개인정보를 저장하지 않아야 하고 택시를 이용할 때는 추적이 가능한 카드로 결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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