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대전교도소의 이전 계획이 없다고 밝힌 지난 달 29일 대전교도소 수용자들의 작업장 너머로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이성희 기자 token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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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대전을 방문한 김현웅 법무부 장관의‘대전교도소 이전 계획 없다’는 발언에 지역민들이 현실을 도외시하고 있다며 반발,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
안양, 전주, 광주 등 타 지역의 교도소 이전이 속속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지역보다 이전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전교도소에 대한 김 장관의 입장 표명이 지역에서 민감하게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대전시를 비롯한 지역 주민들이 지속적인 교도소 이전 목소리를 내왔고, 본보 역시 공론화 필요성 등을 제기하며 이전에 힘을 실어왔다.
대전교도소는 지난 1984년 유성구 대정동에 문을 연 이후, 33년 동안 이 자리에 위치해 왔다. 설립 당시에는 대전 도심의 외곽이었지만 도시의 팽창으로 교도소 주변에 아파트 단지들이 밀집하기 시작했다.
대전교도소 인근 1.5㎞ 반경에는 아파트 6000세대가 밀집해 있으며, 대정동의 아파트 단지는 교도소와 거리가 불과 700m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교도소를 중심으로 인근에 아파트들이 둘러 쌓여 있다보니 아파트 입주민이 마음만 먹으면 교도소 내부 시설을 살펴볼 수 있다. 더욱이 앞으로 도안대로 예정구간에 교도소 부지가 포함돼 있어 개발이 진행될 경우 대로 바로 옆에 위치하게 된다.
주민들이 거주하는 아파트를 비롯해 물류 유통단지와 대형마트, 아울렛 등 다중집합시설이 인근에 위치해 교도소 내부에서 탈주사고가 발생할 경우 주민들이 불안에 떨 수 밖에 없다.
이미 교도소가 위치한 안양, 전주 등 광역시가 아닌 일부 중소도시는 지역주민과 정치권의 움직임으로 교도소 이전작업이 완료됐거나 진행중이다. 대전과 같은 광역시인 광주도 지난 2015년 10월 교도소를 도심 외곽으로 옮겼다.
김 장관의 대전 방문을 앞두고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주민들은 대전교도소 주변에 ‘교도소를 이전하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내걸고 지역민들의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김 장관은 “대전교도소가 문을 연 지 33년 됐지만 관리도 잘 된 상태인데다 새로 갈 장소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이전하겠다라는 말은 못 드리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시민들은 지역현실을 도외시하고 형평성이 결여된 교정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정동아파트 입주자 대표 신규현씨는 “실망스럽다. 대전교도소가 도심지 한복판에 위치해 있어 당연히 계획을 갖고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며 “지난 총선에서 지역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공약으로 내걸고 있을 만큼 지역의 중요 이슈여서 지속적인 이전을 위한 목소리를 내겠다. 필요하다면 단체행동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대전교도소 인근에 사는 김미정(여·44)씨는 “교도소가 아파트 단지에서 훤히 들여다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위치해 있어 장관이 현장을 직접 보면 긍정적인 검토가 있을 줄 알았다”며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과 연결된 문제인데 행정적으로 복잡한 사안만을 제시하는 것은 실망스럽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대전교도소는 부지만 40만 7610㎡에 달하고 수용시설과 기술작업장 등 47개의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대전교도소 정원은 2060명이지만, 이보다 훨씬 많은 3000명가량이 수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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