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마지막주 극장가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등장으로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27일 개봉해 개봉 첫날만 72명 관객을 동원했다. 개봉 전부터 영화에 대한 관심이 쏠리면서 개봉 당일 아침부터 극장으로 발길이 이어졌다. 호평을 받으며 기분 좋은 출발을 한 '시빌 워'가 당분간 극장가 최정상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시빌 워'는 개봉 첫날인 27일 누적괜각수 72만 7884명을 기록해 극장가를 점령했다. 1863개 스크린에서 9065회 상영했다. 영화는 화려한 액션신과 웅장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거기다 올초 개봉한 '배트맨 대 슈퍼맨'이 스토리의 엉성함을 지적받은 것과 달리 내용 면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이미 시리즈를 통해 팬덤을 형성한 데 더해 대적할 만한 영화가 없다는 것도 앞으로 '시빌 워'의 독주가 이어질 거란 전망에 힘을 싣는다. 영화가 예상했던 흥행 성적보다 훨씬 많은 관객을 모으면서 개봉을 앞둔 한국영화들은 개봉일을 미루고 있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엽기적인 그녀2'나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가 개봉을 늦춘 것도 '시빌 워'의 영향이 전혀 없다고 보기 어렵다.
대작의 등장으로 극장가 1위 자리를 지키던 임수정, 조정석, 이진욱 주연 '시간이탈자'는 2위 자리로 밀려났다. 순위는 2위지만 한자리수 점유율로 떨어져 힘을 잃었다. 누적관객수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3위는 지난주 개봉한 류덕환, 김동영, 안재홍 주연의 '위대한 소원'이다. 누적관객수 24명 기록했다.
이번주 개봉영화는 '시빌 워'와 함께 딸의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엄마와 그의 동료들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시크릿 인 데어 아이즈'와 잔잔한 사랑과 함께 찾아온 음악영화 '사랑과 음악사이' 그리고 북한의 실상을 사실적으로 기록한 '태양 아래'가 있다.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
어벤져스가 분열한다. 어벤져스와 관련된 사고로 2차 피해가 이어지자 정부는 어벤져스를 관리 감독하는 시스템인 '슈퍼히어로 등록제'를 내놓는다. 어벤져스 내부는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는 아이언맨팀과 이전처럼 정부의 개입 없이 자유롭게 인류를 보호해야 한다는 캡틴 팀으로 나뉘어 대립하기 시작한다. 앤소니 루소와 조 루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캡틴 아메라카 역에 크리스 에반스, 아이언맨 역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그리고 블랙 위도우 역에 스칼렛 요한슨 등 힘을 합치면 못할 게 없는 슈퍼히어로 12명을 색깔 있는 배우들이 연기한다. 영화는 그동안의 히어로물처럼 뚜렷한 선과 악의 대비는 나타나지 않지만 화려한 액션신과 히어로 각각의 '주특기' 등은 관객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13년전 딸의 살인사건을 추적하다
●시크릿 인 데어 아이즈
LA지방 검찰청에서 한팀으로 근무하던 FBI요원 레이(체웨텔 에지오포)와 경찰 제스(줄리아 로버츠) 앞에 어느날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현장에 달려간 그들 앞에 누워있는 주검은 다름 아닌 제스의 딸이다. 강력계 차장검사 클레어(니콜 키드먼)이 팀에 합류해 유력한 용의자를 검거한다. 그러나 상부의 압박에 의해 무혐의로 풀려난 용의자가 돌연 사라지면서 사건은 미제로 남는다. 그로부터 13년 후 끈질긴 추적 끝에 레이는 범인의 단서를 발견하고 제스와 클레어에게 재수사를 제안한다. 13년 전 수사를 진행하면서 그들은 그동안 누군가가 감춰왔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영화 '시크릿 인 데어 아이즈'는 영화 '캡틴 필립스'로 제86회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오른 감독 빌리 레이가 연출했다. 영화엔 할리우드 역대급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영화 '노예12년'의 주인공 '솔로몬 노섭'역으로 국내 관객에게 친숙한 치웨텔 에지오포는 영화에서 끈기와 집념을 보여준다. 니콜 키드먼은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검사 역할을 맡아 영화를 받쳐준다. 줄리아 로버츠는 경찰이자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고통`과 범인을 향한 분노와 집념을 실감나게 표현한다.
영화는 베스트셀러 에두아르도 사리체의 장편소설 '그들의 눈빛 속엔 비밀이 있다'를 원작으로 한다. 이미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엘 시크레토: 비밀의 눈동자'는 뛰어난 작품성으로 제82회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LA출신인 감독과 다니엘 모더 촬영감독은 익숙한 거리와 도로를 배경으로 영화 속 인물을 살려냈다. 도심의 추적 장면을 통해 보이는 이들에게 긴박감을 알려주는 스릴러 장르의 매력을 선보인다. 특히 다저스 스타디움과 산타 아니타 경마장은 영화 속에서 긴박한 추적이 벌어지는 인상적인 장소로 꼽힌다. 스크린을 통해 LA의 도시를 보는 재미도 한 몫한다.
공허한 삶의 순간에 찾아온 사랑
●사랑과 음악사이
천재 뮤지션으로 불리던 남편 헌터가 세상에서 사라진 뒤 해나(레베카 홀)는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서 홀로 살아간다. 어느날 헌터의 알려지지 않은 삶에 관한 글을 쓰기 위해 뉴욕에서 작가 앤드루(제이슨 서디키스)가 찾아온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유쾌하지 못했지만 이내 둘은 함께 헌터의 전기를 쓰기로 결심하고 정해진 시간 동안 함께 생활하게 된다. 헌터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를 발견한 순간 해나에게 그리움과 설레임이 찾아온다. 혼란스러워하는 해나를 붙잡지 못하는 앤드루는 해나와의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까. 영화 '사랑과 음악사이'는 션 뮤쇼유 감독이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작품 구상을 끌어낸 작품이다. 시나리오를 쓴 감독의 아내는 절친한 친구의 죽음을 기리고 싶은 마음과 상실을 경험한 후 용기를 갖고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출연진으로는 매력적인 여배우 레베카 홀과 제이슨 서디키스가 호흡을 맞춘다. 영화 '아이언맨3'에서 천재 공학자 '마야 헨센'을 연기한 레베카 홀은 독립적이고 강인한 걸크러시의 매력과 죽은 남편을 잊지 못하는 복잡 미묘한 여성의 감성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제이슨 서디키스는 유쾌함과 진중함을 동시에 드러내는 역할을 소화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포크송은 극중 해나가 가지는 그리움과 지난 추억들을 더욱 감성적으로 만든다. 온기가 느껴지는 패브릭 소품과 기타, 레코드 등 빈티지한 소품들은 영화에 따뜻한 분위기를 더한다. 영화는 한정된 예산을 적절히 활용하기 위해 감독이 살았던 메인 주에서 주로 촬영했고 매사추세츠에서도 일부를 찍었다.
“모든 게 조작됐다” 북한판 트루먼쇼
●태양아래
감독은 러시아와 북한 정부의 지원을 받아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 오디션을 통해 만난 8살 북한소녀 진미를 만난 제작진은 진미가 김일성 국방위원장의 생일 기념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영상에 담기로 한다. 그러나 제작진이 촬영 직전 마주한 진미의 생활은 이전과 달랐다. 모두 조작된 것이었다. 진미의 집은 새로 지어진 대형 아프트로 바뀌었고 진수성찬이 차려진 밥상이 있는 부엌은 텅텅 비어 사람이 사는 것 같지 않은 느낌을 풍긴다. 게다가 촬영 때마다 검은 차림을 한 경호원이 등장한다. 사사건건 지켜보고 있는 태양과 그 아래 거대한 세트장 평양. 행복마저 조작된 이곳에서 사람들은 묻는다. “진미야, 행복하니?”
'북한판 트루먼쇼'라는 별칭을 얻은 영화 '태양아래'는 러시아 감독의 시선에서 바라본 북한의 현실을 폭로한 다큐멘터리다. 러시아 출신 다큐멘터리 감독 비탈리 만스키 감독은 1년간 평양소녀 진미와 생활하며 그녀의 가족, 친구, 이웃을 포함해 평양 주민의 삶을 카메라에 그대로 옮겼다. 감독은 애초 북한과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아 진미를 중심으로 평양 주민의 생활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촬영할 예정이었지만 제작 과정에서 진미의 주변에 알게 모르게 조작되는 사실을 깨닫고 정부의 과도한 개입과 조작과정을 폭로한다.
진미의 아버지는 원래 저널리스트지만 북한 당국은 촬영을 위해 그의 직업을 봉제 공장의 엔지니어로 조작했다. 영화 배역을 바꾸듯 아버지의 직업을 바꾼 것을 논리적인 일로 여겼다. 영화 촬영 내내 북한의 노골적인 간섭으로 평양 주민들의 꾸며진 일상이 펼쳐졌다. 영화가 완성되고 북한은 애초 의도와 다르게 제작된 '태양아래'를 러시아에 상영 금지 요청했고 러시아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영화 상영 불가 결정이 났다. 그러나 제19회 에스토니아 탈린 블랙 나이츠 국제 영화제에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비탈리 만스키 감독은 “자유는 가장 소중한 것이다. 러시아가 내 영화 상영을 거부해도 전 세계 사람들은 '태양 아래'를 볼 것이고 러시아도 결국엔 내 영화가 상영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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