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구 덮개까지 직접 뜯어가며 꼼꼼히 살펴 “학부모 마음으로”
점검 후에는 직원들과 농담 나누며 긴장 풀어줘 “동료 입장에서”
안전처 점검서 위반 사례 전무한 충남 학교…“교육감이 이렇게 꿰뚫고 있느니”
애로사항 들어줄 땐 직원도 눈물 보여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 점검에서 단 한 건의 지적도 받지 않은 충남교육청의 급식실 청결 운영 비결이 밝혀졌다. 일선 학교 급식실을 교육감이 불시 점검하는 게 단적인 예다.
26일 오전 10시 47분, 4월 말 일찍 찾아온 더위에 온도계 바늘은 섭씨 27도 눈금에서 흔들렸다. 김지철 교육감이 홍성초등학교 급식실을 갑자기 찾은 것도 이 때문. 일찍 찾아온 더위 속 방심한 상황에서 혹시 모를 식중독 발생 등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서다.
기자에게까지 시간을 속이고 학교를 방문하는 김 교육감의 차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교문이 보이자 멀찍이서 내려 교정을 걸었다. 그의 학교 방문 철칙이다. 타이어가 아닌 자신의 구두로 보도블럭이나 운동장 흙을 밟는 것.
▲ 김지철 충남교육감(오른쪽)이 26일 급식실 불시점검 장소인 홍성초등학교 방문을 위해 차에서 내려 교정을 걷고 있다. 학교 방문 시 직접 운동장 흙이나 보도블럭을 밝는 것은 그의 철칙이다. |
이날 한 아이는 장난치듯 김 교육감의 뒤를 계속 따랐는데, 아이와 교육감의 얼굴에서 ‘흥’이 보였다.
점검은 다만 정말 아무도 몰래 숨어서 침투하는 것은 아니었다. 교장이나 교감 등 한 명에게는 직전에 연락을 준다.
인사 나눌 겨를도 없이 위생복으로 몸을 싸매고 소독 매트를 밟은 뒤 점검은 시작됐다. 여느 점검과 내용은 같다.
칼 등의 조리도구와 조리대, 복장 등 급식실 내 모든 것의 청결과 위생을 살피는 형식이다.
이 학교는 육류용 도구와 채소용 도구를 다른 장소에서 세척하는 등 청결에 노력을 기울였다. 급식실에서 ‘여사님’으로 통하는 직원들의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칼은 노랑과 파랑, 빨강 테이프를 발라 소독기 안에 보관했다.
김 교육감의 불시 점검은 ‘거저’가 아니었다. 그는 냉장고 냉동실을 열어 얼굴을 들이밀었고, 쪼그려 앉아 바닥 배수로 뚜껑을 여러 군데 뜯어 살폈다.
▲ 김지철 충남교육감이 26일 홍성초 급식실 바닥 배수로의 덮개를 직접 뜯어 청결을 살피고 있다. |
“교육감님이 너무 잘 아신다”며 당황하던 영양사 및 직원들은 청결이 모두 확인된 후에야 안도했다.
바닥엔 간혹 야채 조각들이 눈에 띄었는데, 불시점검 때가 배식 직전 조리 중인 상황임을 감안해 이해되는 수준이었다.
위생 점검을 마친 후에야 김 교육감은 직원들의 휴식처와 화장실, 건강 상태 등을 살피고 특유의 썰렁한 농담으로 긴장을 풀었다.
▲ 김지철 충남교육감이 26일 홍성초 급식실 불시 점검 후 특유의 썰렁한 농담으로 직원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있다. |
김 교육감은 점검에서 한 가지를 유독 강조했다. 물은 잘 빠져야 하고 잘 말려야 한다는 것.
이유는 “배수와 건조가 위생의 첫 번째이며, 미끄러운 급식실 바닥에서 넘어지는 등의 직원 부상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교육감이 이날 환기와 냉ㆍ난방 실정 등 애로사항을 진심으로 들어줄 때 한 직원은 눈물까지 보였다. 김 교육감은 현황 파악을 통해 오는 여름방학 중 노후된 급식실 바닥과 벽, 작업 동선에 대한 개선을 약속했다.
취임 후부터 삼성고, 공항중, 규암초 등을 불시 점검한 김 교육감은 앞으로도 이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불시 점검에서 합격한 홍성초는 최근 3년간 식중독 발생 등 사고가 없었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