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흔들, 정우택-안희정 구도 힘 받아
20대 총선결과 국회 지형이 여소야대(與小野大)로 바뀌면서 충청대망론에도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충청 육룡’으로 꼽혔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이완구 전 총리, 정운찬 전 총리, 정우택 의원, 윤상현 의원,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권 기상도’가 새로 짜여 지는 흐름이다.
새누리당 쪽에선 악재가 많다. ‘꽃가마를 타고 들어오는 시나리오’가 정설였던 반 총장 쪽을 바로 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크게 달라졌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권에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대권 판세 때문이다.
여권은 친박과 비박, 친이로 나뉜 계파 정치를 청산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대선 구도와 패러다임의 혁신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 ‘필승 후보’로 꼽히는 주자가 이번 총선에서 낙마함에 따라 ‘세대교체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프레임 제기에 충청 대망론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비박계를 중심으로 해선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김기현 울산시장 등 대선 출마 경력이 없는 쇄신파를 꼽고 있다.
충청에선 충북지사를 거친 정우택 의원(청주 상당)이 힘을 얻고 있다.
그는 충청대망론의 기치를 걸고 여러 인터뷰를 통해 4~5명의 ‘충청 벌떼 대선 후보론’을 확산시켜왔다.
정 의원은 60대 지만 40대에 해양수산부장관을 지내고 새누리당 최고위원, 국회 정무위원장을 거치면서 개혁적인 목소리를 많이 냈다.
정 의원은 “(총선 참패로)경상도에 큰 인물이 없어 대통령이 나올 절호의 기회”라며 충청대망론에 힘을 실고 있다.
4선 고지에 오른 정진석 당선인 역시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를 ‘정치적 대부’로 삼을 만큼 충청에서 ‘포스트 JP’의 적자로 자처한다.
김 전 총재와 함께 최근 ‘청심회’라는 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복당 신청을 한 윤상현 의원은 친박 실세라는 타이틀이 차기 대선 구도에선 해결해야 할 ‘꼬리표’가 됐다.
그러나 출향 인사들의 모임인 ‘충청 포럼’이라는 강력한 조직 회장으로서 그의 영향력은 크다. 충청 원내에서도 고(故)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동생인 성일종 당선인(서산 태안)을 비롯해 재선이 된 이장우(대전 동구), 김태흠(보령 서천) 의원이 큰 힘이 되고 있다.
복당이 성사되고, 그가 여러 번 주장한 반기문 대망론과의 연동 여부가 윤 의원의 대권 행보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야권에선 정운찬 전 총리 카드와 함께 안희정 충남지사가 있다.
야권 맹주 역할을 해온 안희정 충남지사는 이번 총선에서 ‘안 사단’ 사람으로 꼽히는 김종민(논산 금산 계룡), 조승래(유성갑), 정재호(고양을) 당선인이 원내에 진입하면서 야권 충청 맹주의 자리를 재확인했다. 안 지사 측은 천안, 아산, 세종, 유성, 논산이 더민주의 텃밭이 된 만큼 새누리당이 강세인 충남 서해안 벨트와 충북 북부의 민심을 잡으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일각에선 등판 시기가 차차기가 아닌 차기라는 말도 자주 나온다.
정운찬 전 총리는 이번 총선에 야권의 패권주의 문화에 염증을 느껴 정치 참여를 거부했으나 여전히 ‘동반성장론’을 무기로 여야를 뛰어넘는 잠재적 대선주자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서울=오주영기자 ojy8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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