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들은 대전 서부서 강력4팀, 어머니와의 만남 주선
“이제 앞으로 절대 그런 짓하지 마라!”
21일 대전 서부경찰서 형사계. 여든 노모는 오십줄을 넘긴 아들을 호되게 나무랐다. “세상에서 가장 나쁜 짓이 도둑질”이라면서다. 노모는 “정신 좀 차려라”, “다시 그러면 정말 쫓아내겠다”는 등 아들을 연신 혼내면서도 붙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
“앞으로 절대 도둑질 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하라”는 노모의 따끔한 질책에 수염과 옆머리가 희끗희끗한 아들이 왈칵 눈물을 쏟아내며 다짐했다.
“출소 후에는 어머님께 효도하며 성실히 살고 다시는 이런 짓 하지 않겠습니다.” 노모는 흐느끼는 아들의 어깨를 두드려준 뒤 힘껏 안아줬다.
자식의 잘못을 나무라는 어머니와 반성하는 아들, 여느 다른 모자들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들은 35년 만에 눈물의 재회를 했다.
참회의 눈물을 흘린 이는 절도 등 전과 9범인 A(52)씨였다. 이날 A씨는 빈 사무실에 침입해 상습적으로 금품을 훔친 혐의(상습특수절도)로 구속됐다. 어찌된 사연일까.
A씨는 17살 때 집을 나와 전국 곳곳을 떠돌았다. 그는 섬유공장에서 일을 하거나 시골에서 지내기도 했지만 대부분 부랑아 생활을 했다. A씨는 절망적인 생활이 이어지면서 남의 물건을 훔치기 시작했고, 그 죄로 약 15년간 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해야만 했다.
그의 절도 행각은 사회에 나와서도 이어졌다. A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이번 달 중순까지 대전과 청주지역의 빈 사무실 출입문을 부수고 들어가 9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다. 그가 범죄에 사용한 도구는 드라이버와 프라이어, 니퍼 등이었고, 신원을 숨기기 위해 검은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했다.
A씨는 철제문이 아닌 나무로 된 출입문을 주로 노렸다. 드라이버나 프라이어로 문 잠금장치를 부순 후 침입해 금고와 서랍 등에 들어있는 현금을 챙겨 달아났다.
인적이 드문 새벽 1시부터 6시 사이에 범행에 나섰고, 이동은 도로가 아닌 하천을 이용했다.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A씨는 지난 14일 밤 하천변에서 잠복 중이던 경찰에 붙잡히고 말았다.
검거된 A씨는 “교도소에서 형을 마치고 나오면 살 가치가 없다”, “할 일이 없기 때문에 죽어야겠다”는 등 심리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죽고싶다”며 자해를 하기도 했다.
경찰은 A씨를 안정시키기 위해 가족이 있는지를 물었지만 “가족이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하지만 서부서 김태정 강력4팀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김 팀장의 끈질긴 설득으로 A씨는 어렸을 적 가출한 사실과 그동안의 부랑생활을 털어놨다.
김 팀장은 가족을 찾아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A씨의 제적등본에서 그의 누나가 대전에 살고 있음을 확인하고 어머니와의 상봉을 주선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이 살아있다는 연락에 여든의 어머니는 한 달음에 달려왔다. 35년 만에 만난 모자는 서로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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