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양기찻길 |
사람들이 버스로 종점여행을 떠나고, 기차에서 낭만을 느끼는 것도 정거장마다 멈춰 쉴 틈을 주기 때문일지 모른다. 무작정 탔다가 가려던 곳이 아니었다 해도 마음 내키면 내려도 좋을 것 같은 기분, 가던 길을 멈출 순간을 선택하는 즐거움을 기꺼이 베푼다.
계절은 여름을 향해 달리고 있다. 여름의 목적이 부산 바다라면 그 곳에 가기 전 봄날의 도시에 일시정지 하고 싶었다. 대전에서 경부선 종착역까지 가기 전 중간에 있는 도시 대구. 그 도시를 멈출 줄 아는 그들, 시내버스와 도시철도로만 돌아보았다.
▲ 수성못의 노을 |
▲ 앞산전망대 |
▲ 옹기종기 행복마을 |
수성못역에 내리면 바로 수성못이 보인다. 수성못은 주변 들판에 물을 대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호수로 1960년대 유원지로 개발된 후, 2013년 생태복원사업으로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가운데 자리한 작은 섬 주변에는 오리배와 진짜 오리들이 함께 맴돈다. 호숫가를 두른 나무데크와 가로수 아래로 아이들이 통통 뛰어다니고 노인은 느긋하게 자전거를 구른다. 대구시민 중 한 명이 된 것처럼 편안해졌다. 누리고 싶은 봄날의 풍경 속,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물었던 이상화 시인도 여기 서있다.
▲ 대구도시철도 3호선 모노레일 |
다시 3호선을 탄 뒤 지하철 1호선으로 환승해 아양기찻길을 찾았다. 금호강을 가로지르는 아양철교는 기차 노선이 옮겨지면서 버려졌었지만 리모델링을 거쳐 2014년 새로운 명소로 거듭났다. 최근에 신민아, 소지섭이 출연한 드라마의 한 장면도 여기서 촬영했다. 다리 가운데에는 디지털 다리박물관과 카페가 발걸음을 붙든다. 바닥 일부분은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 옛 철교 모습도 볼 수 있다.
▲ 모노레일에서 내려다보는 대구도심 |
기차가 멈춘 곳은 새롭게 낭만이 달리고, 철로가 없던 곳에는 새 기차, 모노레일이 경치를 품고 달린다. 어디서 내려도, 어디든 좋은 대구다.
▲가는길=대전역에서 동대구역이나 대구역까지 가는 기차가 하루 15분 정도 간격으로 있다. 앞산전망대를 제외하면 소개된 곳은 모두 지하철만으로도 돌아볼 수 있다.
▲먹거리=대구하면 막창이다. 대구의 밤에 막창과 소주가 잘 어울린다면 낮에는 빵집에 가보자. 중앙로역 근처 삼송빵집에는 마약빵이라고 불리는 옥수수빵이 유명하다. 영업은 오후 9시까지지만 8시 전에 다 팔리고 없었다.
글·사진=박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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