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밭도서관 제1주차장 내 도서 반납창구 가상도. |
세상을 바꾸는 거창한 담론은 아니지만 살다보면 은근히 불편한 일들이 적지 않죠? ‘조금만 바꾸면 한결 편리할텐데….’ 하는 생각이 들지만 마땅히 의견을 내기 쉽지 않은 ‘생활 속 소소한 민원’을 살펴봅니다. 본보는 취재를 통해 독자들께서 일상에서 느낀 ‘손톱 밑 가시’를 찾아내고, 제거하는데 힘쓰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한밭도서관에 ‘드라이브 스루(Drive-thru·승차구매)’가 있다면? 커피 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볼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와 도서관의 만남,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하지만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이라면 한번쯤 생각해 본 이야기다. 책을 반납하면서 직접 몸으로 느낀 답답함과 불편함 때문이다.
주차공간이 부족해 한참을 헤매는가 하면 길가에 잠깐 주차했다가 주·정차위반 딱지를 떼이기도 한다. 시민들 사이에서 “책 몇 권 반납하려다 스트레스만 쌓인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책을 반납할 때마다 겪는 불편에 “차에서 내리지 않고 책을 반납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시민들 사이에 퍼져나갔다. 방법으로는 차에서 주문한 음식·음료를 받을 수 있는 승차구매시스템, ‘드라이브 스루’가 떠올랐다.
이 생각은 “드라이브 스루로 책을 바로 반납하면 시간도 절약하고 불편도 덜 수 있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20일 차량으로 한밭도서관을 찾았다. 직접 경험해본 결과, 드라이브 스루는 도서관 이용자들의 불편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였다.
이날 오전 9시 30분 한밭도서관 제1주차장. 이른 시간임에도 주차장은 차들로 가득했다. 주차된 차량은 주차가능대수인 86대를 훌쩍 넘어 보였다. 이미 주차된 차량들 앞에 일렬로 가로 주차한 차량이 수두룩했다.
운전대를 돌려 도서관 동편에 위치한 제2주차장으로 향했다. 1주차장보단 여유가 있었지만 빈 공간은 한 손에 꼽을 정도였다. 주차를 한 후 횡단보도를 건너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서관 현관에 도착해 시간을 확인했다. 기자의 손목시계는 ‘9시 4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도서관은 9시 30분에 도착했지만 정작 현관까지는 17분이 걸린 셈이다. 시민들이 책을 반납하는 과정에서 느낀 답답함과 불편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한밭도서관 하루 평균 이용자는 4700~5000여명. 반면 주차가능대수는 1ㆍ2주차장을 합쳐 최대 200여대 정도다.
도서관은 시민들에게 대중교통을 권장하고 있지만 차량으로 찾는 이용자가 대다수다. 오랜 시간 열람실에서 공부하는 시민들도 많아 아침 일찍 오지 않는 이상 주차장 입구에 놓여있는 ‘만차’ 표지판을 보기 일쑤다.
이렇다 보니 단순히 책을 빌리거나 반납하기 위해 도서관을 찾는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의 목소리는 한결같았다.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도서관 후문 쪽 길가에 차를 세운 뒤 급히 도서관으로 뛰어 들어가던 김모(38)씨는 “주차할 곳이 없어 뺑뺑 돌다가 불법 주차인 줄 알면서도 잠깐 차를 세웠다”며 “매번 도서관을 이용할 때마다 이런 불편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주차장을 돌던 이모(28·여)씨도 “책 반납하려고 왔는데 1ㆍ2주차장을 번갈아 벌써 4번을 왔다 갔다 하고 있다”며 “도서관에 오래 머무르는 것도 아닌데, 주차로 아깝게 시간을 버리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시민들의 불편에 대전시와 한밭도서관은 도서 반납함을 외부에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밭도서관 관계자는 “단순 책의 대출, 반납을 위해 도서관을 찾는 시민들이 주차로 불편을 겪고 계신 점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주차장 입구나 빈 공간을 활용해 도서 반납함을 설치하는 방법을 한번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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