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대전지역 ‘블랙컨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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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넘은 대전지역 ‘블랙컨슈머’

  • 승인 2016-04-20 17:59
  • 신문게재 2016-04-20 7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정신적 피해보상금 등 얼토당토 않은 요구
욕설, 고성 등 행패 비일비재에 진절머리


대전지역 유통업계가 블랙컨슈머로 진절머리를 치고 있다. 블랙컨슈머란 기업 등을 상대로 개인적 이익을 챙기기 위해 협박을 일삼으며 악성적인 민원을 제기하는 이를 뜻한다.

20일 대전지역 유통업계에 따르면 욕설, 고성, 정신적 피해보상금 등을 요구하는 고객이 여전하다. 내수경기 침체로 경기불황이 장기화되자 생계형 블랙컨슈머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의 한 백화점 고객상담실에서 근무하는 A 씨는 최근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항의한 고객을 상대하느라 진땀을 뺐다. 8년이나 지난 부츠에 주름과 갈라짐이 생겼으니 A/S 또는 환불을 해달란 내용이었다. A 씨는 환불이 불가능하단 내용을 차근차근 설명했지만 고객은 막무가내였다.

고객은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욕설과 물건을 집어던지며 행패를 부렸다. A 씨는 “도를 넘은 요구에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역의 또 다른 백화점도 얼마 전 명품관에서 한 고객의 억지에 경찰까지 출동하는 소동이 일었다.

이 고객은 해당 백화점에서 구매한 제품을 선물 받은 뒤 A/S를 요청했으나 정품이 아니란 백화점 측의 답변에 가짜 제품을 판매한 게 아니냐며 따졌다. 직원이 고객의 제품과 매장의 진품을 비교해 설명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백화점 측은 경찰을 부를 수밖에 없었고 고객은 “두고보자”란 말을 남긴 뒤 홀연히 사라졌다.

더 심한 일도 비일비재했다. 한 백화점 내 음식점에서 식사를 마친 한 고객이 복통을 호소하며 고객상담실로 찾아와 “우리 집이 어떤 집안인 줄 아느냐. 내가 지금 당장 죽으면 백화점 책임”이라며 협박했다.

백화점 측은 해당 음식점을 샅샅이 조사했지만 음식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이틀 후 이 블랙컨슈머는 또 다시 고객상담실을 방문해 온몸이 굳고 있다며 드러누웠고, 당황한 고객상담사는 고객의 온몸을 4시간 동안 안마를 해야 하는 수모를 겪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백화점마다 세부적인 고객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대응한다. 무조건적인 서비스보단 잘못한 점은 인정하고 갑질 고객에겐 냉정하게 대응하기 위함이다.

소비자교육중앙회 대전시지부 관계자는 “소비자의 권리와 의무도 중요하지만 권리를 앞세운 갑질을 해선 안 된다”며 “잘못된 부분은 바로 잡아야 되지만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은 삼가야한다”고 말했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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