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넥센과의 홈 개막전에서 시즌 첫 승을 거둔 후 한화 이글스 선수들과 김성근 감독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한화이글스 제공(DB) |
한화는 19일 경기 전까지 2승 11패로 최하위다. 9위 KIA와는 3.5게임차로 떨어져 있으며, 1위 두산과는 무려 7.5게임이나 벌어져 있다. 시즌 초반인 점을 생각하면 쫓아가는 게 불가능하지 않지만,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올 시즌 전 우승후보로까지 거론된 한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한화의 부진에는 선발진의 붕괴를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믿었던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와 이태양, 배영수 등 선발 후보 다수가 부상으로 빠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들이 빠져 성적이 안 좋다는 것에 이해할 팬들은 많지 않다.
한화는 2009년부터 6년간 5번이나 최하위에 머물렀다. 결국, 팬들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야신’ 김성근 감독을 선택했다. 김 감독은 역대 감독 부임 후 첫 시즌에서 모두 팀을 4강에 올려놓은 청부사다. 결과는 지난해 ‘마리한화’라는 별명을 얻으며 시즌 막판까지 포스트 시즌 진출을 다투는 돌풍으로 이어졌다. 선수들은 승리를 통해 패배의식에서 벗어나며 감독에 대한 믿음이 강해졌다. 강도 높은 훈련이나 선수 기용 방식에 대한 불만은 모두 승리로 보상을 받았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지자 감독과 선수 간 믿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지난겨울 대대적인 전력보강으로 우승후보로까지 꼽히던 기대감이 오히려 독이 됐다. 결국, 계속된 패배는 선수들의 사기 저하로 이어졌고, 감독의 선수 운영에 대한 믿음을 떨어뜨렸다.
김 감독도 팀의 패배가 늘어날수록 선수를 믿음이 떨어졌다. 본인이 경기에 개입하는 상황이 늘어났다. 타순은 매일 바뀌었다. 주전타자를 대타카드로 활용했다. 득점 상황에서는 어김없이 번트 사인이 나왔다. 실책은 다음 날 선발 제외로 이어졌다. 투수운영도 비슷하다. 투수가 위기에 몰리면 바로 불펜이 몸을 풀었다. 마운드의 투수에게 믿음을 주기보다는 다음 카드를 준비했다. 투수들은 못하면 바뀐다는 불안감에서 경기를 가졌다.
벌써 감독 교체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한 시즌에 대한 계획을 전부 바꾼다는 것은 시즌을 포기한다는 의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는 선수단이 하나되는 팀위크를 발휘해야한다. 서로에 대한 믿음을 갖고 개개인이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팀을 위해 헌신해야 하다. 감독은 선수들에게 믿음을 얻어야한다. 선수들이 상황을 이해 못하면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믿음이 없다면 강도 높은 훈련은 단순 노동에 지나지 않는다. 믿음이 없다면 선수가 경기에서 재기량을 발휘하기 어렵다. 감독과 선수가 ‘소통’을 통해 서로 믿음을 회복해야 한다.
2007년 두산 베어스는 시즌 첫 10패를 당했지만, 정규시즌을 2위로 끝마쳤다. 한화도 빨리 팀 분위기를 다잡는다면 어려운 얘기가 아니다. 그만큼의 전력을 갖추고 있다. 아직 시즌 144경기 중 13경기만을 치렀다. 한화가 또 다른 시작점에 서 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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