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구 한 공용주차장의 장애인 전용 주차장에 버젓이 주차된 일반 차량의 모습. |
장애인 구역에 주차하는 얌체족 여전해
지난해 단속건수 7955건...전년보다 3337건 늘어
어딜 가나 꽉 찬 주차장에도 한켠에 비어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장애인 주차구역’이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위해 마련된 곳이지만 아무렇지 않게 주차하는 ‘얌체 주차족’은 여전히 많다. 이들의 얌체 주차로 장애인들은 권리를 빼앗긴 채 한참을 주차장에서 씨름하고 있다.
오는 20일 36번째 ‘장애인의 날’을 맞지만 일부 시민들의 장애인에 대한 권리존중과 배려의식은 제자리걸음이다. 18일 기자가 지역 곳곳의 장애인 주차구역을 둘러보니 그 현실을 느낄 수 있었다.
이날 오전 중구의 한 공용주차장. 일반 주차구역은 물론 장애인 주차구역까지 차들로 가득 차있었다.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된 차들을 살펴봤다. 이곳에 주차하려면 ‘장애인전용 주차구역 주차표지’를 갖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일반 차량이 버젓이 주차돼 있었다. 차량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한 이유를 물었다. 전화기 너머로 “당신이 뭔데”라는 날카로운 대답이 돌아왔다. ‘생활불편신고 앱’으로 장애인구역 불법주차 신고를 하겠다고 하자 그는 “금방 나가 뺄 테니 신고는 하지 말라”고 했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일반 차량이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할 경우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물건을 쌓거나 통행로를 가로막는 등 주차행위를 방해하면 5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대전지방법원으로 이동했다. 마찬가지로 일반 차량이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 중이었다. 차량을 둘러봤지만 장애인 등록증이나 주차표지는 없었다. 차주는 “진짜 주차할 곳이 없어 잠깐 (장애인 주차구역에) 차를 댔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대학병원과 대형마트, 아파트 등에서도 장애인 주차구역에 불법 주차한 차량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장애인 주차구역마다 설치된 ‘장애인 전용 주차장’이라는 표지판이 무색해 보였다.
장애인 주차구역 불법 주차 단속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대전시에 따르면 지난해 장애인 주차구역 불법 주차 단속건수는 7955건으로 전년(4618건)보다 3337건 늘었다. 부과한 과태료도 2014년 3억9981만원에서 지난해 7억1830만원으로 3억1849만원 증가했다.
구별로는 유성구가 3424건으로 단속 건수가 가장 많았다. 이어 서구(2561건), 중구(816건), 동구(603건), 대덕구(551건) 순이었다.
일부 시민들이 잠깐의 편리함을 위해 장애인 주차구역에 차를 대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장애인들에게 돌아간다. 일반 차량임에도 장애인 주차증을 빌리거나 구매해 장애인 등록차량인 것처럼 꾸미는 얌체족도 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장애인 주차구역은 차가 곧 발인 장애인들만이 사용하는 곳인데 일부 시민들이 버젓이 주차공간으로 쓰고 있다”며 “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배려하고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시는 5개 자치구와 함께 18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장애인전용 주차구역 합동점검’에 나선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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