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세월호 참사 2주기...미리 찾은 팽목항
세종시 교육청, 학생대표 등 희생자 추모 동행해보니
“진실을 이양하라.”
14일 낮 12시 30분 전라남도 진도 팽목항. 대전에서 4시간을 달려 도착한 이곳은 “진실을 밝혀달라”는 목소리로 넘쳐났다. 곳곳에 걸린 현수막과 기다림의 등대에는 ‘진실’에 대한 갈망이 깊게 배여 있었다.
세월호 사고로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됐던 2년 전과 달리 팽목항 방파제에 달린 ‘노란 띠’는 하나로 묶여 있었다. 대신 ‘세월호 온전한 인양’이라는 깃발이 바람에 나부꼈다. 깃발은 바다 속에 잠긴 세월호가 간직하고 있는 진실을 밝혀달라는 절박한 마음을 담은 듯했다.
세월호 참사 2주기 이틀 전인 이날 세종시교육청, 지역고교 학생회 대표들과 함께 진도 팽목항을 찾았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아직 남아 있는 9명의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왼쪽 가슴 위에 노란 리본을 달아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나눴다.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을 선두로 일행이 팽목항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 다다랐다. 잠깐 멈춰 서 분향소 주변을 둘러본 뒤 조심스럽게 분향소 안으로 들어갔다. 침통한 표정으로 희생자들의 영정 앞에 분향한 후 오랜 시간 묵념했다.
분향대에는 음료와 다양한 종류의 과자가 놓여져 있었다. 단원고 학생들이 살아생전에 좋아했던 것들이다. 하늘에서라도 마음껏 먹기를 바라는 부모들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졌다.
최 교육감은 단원고 2학년 1반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74)씨를 만났다. 은화 양은 아직 찾지 못한 9명의 실종자 중 한명이다. 이씨는 동거차도에서 망원경으로 세월호 인양작업을 지켜보고 있다고 한다.
최 교육감은 “아직 9명이 어두운 바다 속에서 세상의 빛을 기다리고 있는데 시간은 무심히 흘러 벌써 참사 2주기를 맞는다”며 “학생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잘못된 교육을 바르게 변화시키기 위해 행동하겠다”고 약속했다.
일행은 팽목항 방파제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들은 방파제 ‘기억의 벽’에 설치된 타일작품을 하나하나 유심히 둘러봤다. 타일에는 ‘돌아와요’, ‘널 못 잊어’, ‘기억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등 희생자들에 대한 마음이 담겨있었다.
최 교육감은 희생자들에게 편지를 부치는 ‘하늘나라 우체통’에 교육청 직원들과 학생들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대표해 넣었다. “하늘나라에 꼭 전해 달라”는 당부도 했다.
일행은 방파제 끝 ‘기다림의 등대’에선 한동안 걸음을 떼지 못했다. 등대에 쌓인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슬픔과 분노, 누렇게 바랜 노란 띠와 깃발들이 담고 있는 메시지가 주는 무거운 분위기 탓이었다.
교복을 단정히 입은 학생대표 4명도 추모행사에 참석했다. 한 여학생에게 “팽목항에 직접 와보니 어떻냐”고 물었다. 이 학생은 기자의 질문에 “미안하다”고 답하며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잊고 있었던 것 같아서 정말 미안해요…”.
진도 팽목항=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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