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2년전 그날 이후, 아비의 시계는 멈춰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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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2년전 그날 이후, 아비의 시계는 멈춰버렸다

세월호 참사 2주년… 가슴에 묻지못한 이야기

  • 승인 2016-04-14 15:31
  • 신문게재 2016-04-15 12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시네마, 핫클릭!]


이번주 극장가는 새 손님이 상위권을 차지하며 소폭 순위 변동을 가져왔다. 지난주 개봉한 이상윤, 강예원 주연의 '날 보러와요'가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정신병원에 강제이송, 감금된 한 여자와 이를 취재하는 방송국 PD를 통해 우리나라 정신보건법의 허점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앞서 영화 '도가니', '한공주'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건을 영화에 담았던 영화와 같은 맥락에서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날, 보러와요'에서 수아 역을 연기한 장예원은 이번 연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고 했다. 자신의 연기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한 그녀는 관객에게도 가볍지 않은 충격을 던진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데다 스릴러 형식으로 처음 수아를 정신병원에 가두게 한 사건의 배후, 실체를 쫓는 '날, 보러와요'는 영화로서의 스릴과 몰입도 충분히 갖췄다.

영화는 개봉 4일만에 40만 관객을 돌파했다. 할리우드 영화가 박스오피스를 점령한 최근 현상 중엔 반가운 소식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권입장권통합전망에 따르면 13일 현재 영화 '날, 보러와요'는 누적관개수 48만명을 기록했고 예매율은 28.9%로 2위와 예매율부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2위는 지난 주 1위였던 영화 '주토피아'다. 예매율은 10%대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입소문이 잦아들지 않으며 꾸준히 관객들을 극장으로 부르고 있다. 누적관객수도 400만을 앞두고 있다. 현재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이 본 영화다.

3위는 지난 주 개봉한 '클로버필드 10번지'다. 의문의 공간에 갇혀 그곳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고 살던 이들의 모습은 한국에서 개봉한 '날, 보러와요'와 장르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예매율은 11.9%며 누적관객수 27만을 기록했다.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박스오피스 순위가 크게 하락했다. 지난주 2위를 기록한 데 이어 점차 감소세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누적관객수는 219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번주는 반가운 한국영화들이 극장가를 찾았다. 먼저 배우 이진욱, 조정석, 임수정이 출연한 감성추적 스릴러 영화 '시간이탈자'다. '엽기적인 그녀'의 곽재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30년의 시간을 두고 나란히 펼쳐지는 사건의 결말을 알게 된 이들은 비극을 막기 위해 온몸을 던진다. 개봉과 동시에 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

또 다른 영화는 '해어화'다. 배우 한효주와 천우희가 그려내는 마지막 기생의 이야기다. 화려한 볼거리와 음악이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집중된다. 또 한 편 소개할 영화는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이해 개봉한 '업사이드 다운'이다. 희생자 아버지와 전문가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았다. 잊지 말자는, 그들을 기억하자는 메시지를 던진다.

참사로 뒤집혀버린 아버지의 일상

●업사이드 다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누구보다 사랑하는 자식을 잃었다. 배가 왜 침몰했는지, 왜 아이들이 차가운 몸으로 돌아와야 했는지 여전히 이유를 알지 못하는 아버지들이 가슴에 묻지 못한 이야기를 꺼낸다. 국가의 첫 번째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라'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는가. 16인의 전문가가 세월호를 둘러싼 한국사회의 모순을 밝힌다. 해양공학교수, 변호사, 언론인, 심리학박사 등 각 분야에서 신뢰받는 국내외 16인의 전문가들이 한국사회의 병폐를 지적하며 세월호를 둘러싼 한국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되짚어 본다. 그리고 제2의 세월호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그 대안을 제시한다.

김동빈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영화 '업사이드 다운'은 참사 이후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끝나지 않은 '특별법 제정', '특조위 활동 연장', '세월호 인양' 등 참사를 둘러싸고 아직까지 진행 중인 이슈들을 이야기한다. 시간은 계속해 흐르고 있지만 사람들은 점점 잊어가고 있다. 영화는 참사에 대한 기억을 환기시키기 위해 제작됐다. 영화는 참사로 뒤집혀버린 '아버지의 일상'을 돌이켜 본다. 희생자 4인의 아버지는 아이들의 평범했던 일상을 전한다.

16명의 전문가들은 사람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하는 '안전대책'이 세워졌음에도 참사에서 많은 생명을 구하지 못했는지 분석한다. 전문가들은 이익만을 추구하는 선박회사의 탐욕과 사회의 안일한 안전의식, 감독기관과 피감독기관의 유착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숨겨진 병폐들로 참사를 통해 여과없이 드러났다고 전문가들은 입은 모은다. 영화는 한국사회의 미비한 안전대책부터 선정적인 언론의 문제점을 낱낱이 분석하며 언론의 본질까지 되짚어 우리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한 여자를 위한 시간 거스른 추적

●시간이탈자


1983년의 첫날 고등학교 교사 지환(조정석)은 같은 학교 동료이자 연인 윤정(임수정)에게 청혼하던 중 강도를 만나 칼에 찔려 의식을 잃는다. 2015년의 첫날 강력계 형사 건우(이진욱)도 뒤쫓던 범인이 쏜 총에 맞아 쓰러진다. 30년을 두고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병원으로 실려간 지환과 건우는 생사를 오가는 상황에서 가까스로 살아난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은 꿈을 통해 서로의 일상을 보기 시작한다. 둘은 믿지 않았지만 점차 서로가 다른 시간대에 실존하는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된다. 건우는 꿈속에서 본 지환의 약혼녀 윤정과 닮은 소은(임수정)을 만나면서 운명처럼 마음을 빼앗긴다. 그러던 어느날 미제 사건을 보던 지환은 윤정이 30여년 전 살해당했다는 기록을 발견하고 사건을 파헤친다. 지환 역시 건우를 통해 약혼녀 윤정이 곧 죽을 운영에 처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윤정의 죽음을 막기 위한 두 남자의 시간을 넘은 추적이 시작된다.

영화 '클래식', '엽기적인 그녀' 등 시대를 초월하는 감성으로 관객을 사랑을 받은 곽재용 감독이 스릴러 장르에 처음 도전했다. 충무로 감성파 배우 임수정, 조정석, 이진욱이 주연을 맡았다. 섬세한 연기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캐스팅만으로도 기대를 끌었다. 특히 임수정은 1인 2역에 도전해 비슷한 듯 다른 두 캐릭터를 연기한다.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하나의 살인사건과 두 남자의 꿈으로 이어지는 설정은 시나리오부터 화제였다. 사랑하는 여자의 죽음을 막기 위한 두 남자의 긴장감 넘치는 감성추적 영화다.

영화는 1983년도를 재현하기 위해 장소 물색과 자료 조사에 몰두했다. 실감나는 영상을 위해 영상효과를 입혀 시대적 배경 구현에 초점을 맞췄다. 영화의 오프닝인 제야의 종 신이 그 절정이다. 감독과 출연진의 견고함에 더해 제작진도 드림팀이 형성됐다. 영화 '용의자'와 '추격자' 등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미장센과 카메라 연출로 명성을 떨친 이성제 촬영감독과 영화 '써니'의 이요한 미술감독,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김준성 음악감독이 힘을 모았다. 영화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면서 관객에서 80년대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최고가수 꿈꾸는 마지막 기생 이야기

●해어화


조선을 대표하는 4대 기생학교 중 1943년 마지막 남은 경성 제일의 '대성권번.' 빼어난 미모와 훌륭한 창법으로 최고 예인으로 불리는 소율(한효주)과 심금을 울리는 목소리를 가진 연희(천우희)는 선생 산월(장영남)의 총애와 동기들의 부러움을 온몸으로 받는 둘도 없는 친구사이다. 당대 최고의 작곡가인 윤우(유연석)는 민중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조선의 마음'이라는 노래를 작곡하려 하고 윤우의 노래를 부르고 싶은 소율은 예인이 아닌 가수를 꿈꾼다. 하지만 우연히 연희의 목소리를 들은 윤우는 연희의 목소리에 빠져든다. '조선의 마음'을 차지하기 위한 소율과 연희의 엇갈린 선택이 그려진다.

영화 '뷰티인사이드', '반창꼬', '광해, 왕이 된 남자'의 한효주가 최고의 가수를 꿈꾸는 마지막 기생 소율 역을 맡았다. 순수함과 도발적인 매력을 넘나드는 파격적인 연기를 했다. '제보자', '늑대소년'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한 유연석은 당대 최고 작곡가 윤우 역을 맡아 그동안 숨겨왔던 수준급 피아노 실력으로 음악성을 발휘하며 역할을 소화해냈다. 영화 '한공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천우희는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를 가진 연희 역을 맡아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발산한다.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기 때문에 극중 배우들의 노래를 직접 들을 수도 있다. 천우희가 부른 윤심덕의 '사의 찬미', 천우희와 한효주가 함께 부른 이난영의 '봄아가씨' 등 1940년대 우리나라 음악계를 만날 수 있다. 유연석은 '아리랑'과 '사의 찬미' 등 수준 높은 피아노 연주를 선보였다. 시대상을 보여주는 의상도 볼거리다. 서양 의복과 한복, 기모노 등 조상경 의상 감독이 적재적소에 관객을 사로잡는 의상을 선보인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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