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여행] 아산 외암민속마을·지중해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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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여행] 아산 외암민속마을·지중해 마을

감색 기왓장 위에서, 하얀 돌기둥 틈에서 … 살랑살랑, 봄바람이 쉬어가라 부르네

  • 승인 2016-04-14 13:43
  • 신문게재 2016-04-15 9면
  • 박희준 기자박희준 기자

여행에서 돌아온 너는 이 모든 것이 옛날 일처럼 여겨질 것이다. 밝은 빛이 부엌을 비추고 있고, 먼지들이 천천히 날아다닐 것이다 그런 평화가 찾아오는 것이다 
 -황인찬 『희지의 세계』「비의 나라」 중에서

어쨌든 봄이다. 누군가는 겨우내 한참 앓았더랬다. 계절은 소란스럽지 않게 온다. 꽃이 핀다 싶더니 어느새 푸른 잎사귀들이 그 자릴 대신하고 있다. 나는 왜 여행을 떠나는가,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여행가기 전날만큼 설레는 잠은 없다. 낯선 곳에선 내 몸이 기억하는 어떤 것들만이 온전히 나를 지배하므로 내가 알지 못했던 나와 마주한다. 피부로 느끼는 것이다. 아직은 채 지지 못한 봄꽃들이 여기저기서 유혹하는 봄. 또 바깥으로 날 이끄는 봄바람이 야속하다. 대전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정하다 보니 아직 가보지 않았지만 친숙한 아산으로 향했다.

▲버리고 얻는 것=아산은 예로부터 온천이 유명하다. 물론 온천의 역사와 전통은 무시할 수 없지만 아산은 도시 전체가 자아내는 특유의 푸근함이 있다. 아산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인 외암민속마을. 중요 민속문화재 제236호로 지정된 이 마을은 아산시내에서 남측으로 약 8㎞ 떨어진 설화산 동남쪽 기슭에 위치하고 있다.

누구나 알고 있는 뻔 한 민속마을이라고 생각하면 섭섭하다. 자연과 가깝게 맞닿아 있어 풍수지리학적으로도 탁월하다. 인위적이지 않으면서도 수백 년의 역사가 느껴지는 가옥들. 충청도 고유의 반가 고택과 초가집들이 어디하나 모난 곳 없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참판댁, 건재고택, 외암정사 등 택호를 지닌 문화재급 한옥도 즐비하다. 마을을 감싸고 있는 논들이 한가로운 시골 정취를 더한다. 커다란 마을을 감싸고 있는 인공수로가 독특하다. 모든 집들을 하나로 잇고 있어 마을 전체가 하나의 정원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외암마을의 매력은 마을길의 시작과 끝에 있는 6㎞를 자랑하는 돌담이다. 돌담으로 연결된 골목과 수백년은 족히 넘을 법한 보호수의 그늘이 집집마다 뿌리내려 지나가는 이들의 발목을 붙잡는다.

천천히 걷다보니 2시간 안에 왕래할 거리를 반나절이나 걸렸다. 그만큼 이곳의 시간은 더디게 간다. 일상을 벗어던지고 천천히 걷다보면 절로 뒷짐을 지게 만드는 곳. 힘들면 쉬어갈 수 있는 옛 돌담길과 집들 사이로 여유가 흘러넘친다. 떨어지는 벚꽃 잎이 짙은 감색의 기왓장 사이로 흩날린다. 나들이 나온 아이들은 마을 곳곳에 설치된 민속놀이에 한창이다. 아이들이 까르르 개나리처럼 노랗게 웃는다. 봄이다. 역시 어쩔 수 없는 봄인가 보다.

▲남겨서 이루는 것=지도를 보며 엉겹결에 도착한 지중해마을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눈에 띄었다. 외암마을이 있는 같은 아산인가 싶을 정도로 분위기는 정 반대다. 고층 아파트를 등에 업고 있는 이국적인 건물들이 줄 지어 있는 곳. 삼성디스플레이시티 조성으로 이전해야 했던 66명의 원주민들이 고향을 지키겠다는 뜻을 모아 2만여㎡ 대지에 '치유와 쉼'을 모토로 지중해 건축양식을 빌어 또 다른 마을을 조성하였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올 법한 휘황찬란한 건물들. 건물마다 세워진 돌기둥도 예사롭지 않다. 실제 그리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파르테논 신전 양식을 차용했다고 한다. 마을의 주도로를 사이에 두고 남서쪽은 프랑스 남동부 프로방스 풍으로 꾸며져 있다. 붉은 지붕의 성곽 형식이 두드러진다. 남동쪽은 그리스 에게 해의 화산섬 산토리니가 모델이다. 원형의 파란 지붕과 하얀 벽이 화사하다. 마을은 총 66동의 건물로 이뤄져 있다. 각 동의 1층에는 레스토랑, 카페, 로드숍 등 상가가 들어섰다. 2층은 문화예술인을 위한 임대 공간으로, 3층은 마을 주민들의 주거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걷다보면 겉만 번지르르 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건물 속은 더 알차다. 이국적인 풍경이 연출하는 정취가 해외여행을 하고 있는 느낌을 준다. 반나절이나 걸어 퉁퉁 부은 다리를 부여잡고 작은 카페에 앉아 쉬었다. 어둑어둑 해지니 마을 곳곳에 설치된 전등이 켜지며 화려한 자태를 뽐냈다. 지중해 마을은 1시간이면 다 둘러볼 정도로 작은 규모지만 유럽의 시골 마을에 온 기분으로 거리와 골목을 가볍게 걷기에 적합하다. 수년전 고향을 지키겠다는 원주민들의 간절한 바람이 만들어 낸 동화 속 마을 같은 곳. 물론 상업적인 목적도 배제할 순 없겠지만 그들이 남긴 건 아산의 '또 다른 명소'가 아닌 그들의 모토인 '치유과 쉼'을 추구하는 평화로운 삶이 여행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가는길=승용차를 이용한다면 대전에서 당진영덕고속도로를 타고 세종, 공주를 거쳐 아산시로 간다. 시간은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버스를 탄다면 대전복합터미널에서 아산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데 첫차는 오전 7시 5분부터 저녁 7시 55분까지 있다. 승용차와 마찬가지로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시내버스 100번, 101번 탑승 후 종점에서 하차하면 된다. 시내버스는 20분에서 40분간격이며 40분이 소요된다.
 

글·사진=박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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