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궁동 한 원룸의 문틀에 도어락 비밀번호가 버젓이 적혀있다. |
원룸가에 만연한 ‘비밀번호 보안 불감증’
택배, 배달기사 등 아무렇지 않게 출입...범죄우려도
정부서울청사가 허술한 보안의식으로 한 수험생에게 뚫린 가운데 지역의 주변 원룸, 빌라 등 다세대주택에서도 ‘보안 불감증’이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룸 현관 도어락(문 잠금장치) 옆에 ‘비밀번호’가 적혀있는가 하면 ‘번거롭다’는 이유로 문을 활짝 열어놓은 곳도 많아 도난사고 등 범죄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나의 안전은 내가 지킨다’는 안전·보안의식의 확립이 시급해 보인다.
11일 기자가 원룸이 밀집한 대전의 대학가 주변을 둘러본 결과 곳곳에서 보안 불감증을 드러내고 있었다. 충남대 인근의 유성구 온천동·궁동 원룸촌 일대의 경우 대다수 원룸이 거주자가 아닌 외부인의 출입을 막기 위해 현관에 도어락을 설치해놓고 있었다. 도어락은 출입자가 설정된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잠금이 풀린다.
하지만 기자는 도어락의 잠금을 풀고 원룸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다. 도어락 비밀번호를 너무나 손쉽게 찾았기 때문이다. 현관문 틀이나 벽면, 심지어 도어락 위에 검은색 혹은 파랑색 매직으로 비밀번호가 버젓이 적혀 있었다. 이 ‘비밀번호 낙서’는 비밀번호 앞뒤로 눌러야 하는 ‘#’이나 ‘*’같은 기능키도 친절히 안내하고 있었다.
기자가 A빌라 벽면에 적혀있는 네 자리의 비밀번호를 누르자 곧바로 현관문이 열렸다. 어떤 원룸에는 비밀번호로 보이는 번호가 2~3개씩 적혀 있어 모두 눌러보니 이 중 하나는 실제 비밀번호였다. 비밀번호가 바뀔 때마다 적어놓은 것으로 보였다.
도어락이 설치됐음에도 현관문을 활짝 열어둔 원룸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문이 아예 열려있거나 비밀번호가 노출되면서 외부인 출입 통제를 위해 설치한 도어락과 CCTV 등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셈이다.
이곳에서 둘러본 30여곳의 원룸 중 8곳이 비밀번호를 노출해 놓고 있었으며, 10곳이 문을 열어둔 상태였다.
목원대와 한남대 근처 원룸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똑같이 원룸 현관 도어락이나 벽면, 실리콘을 바른 실링 부위에서 비밀번호를 찾을 수 있었고 이를 누르면 어김없이 잠금이 해제됐다.
그렇다면 원룸 거주자만 알아야 하는 비밀번호가 왜 현관에 적혀 있을까. 택배나 음식점 배달기사들이 번거로운 출입절차를 피하기 위해 비밀번호를 적어 놓고 돌아다녀서다.
궁동의 한 원룸에 거주 중인 A(27·여)씨는 “가끔 보면 배달부로 보이는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비밀번호를 누르고 그냥 원룸에 들어온다“며 ”원룸이라 다른 보안장치가 완벽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대놓고 출입이 가능하니 솔직히 좀 두렵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문을 열고 생활하거나 현관 도어락 비밀번호가 적혀 있는 원룸이 적지 않은데 이는 범죄에 노출될 수 있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며 “범죄 예방을 위해 현관문을 귀찮더라도 꼭 닫고 비밀번호가 적혀있는지 확인하고 지우는 등 주민들의 보안의식이 확립돼야 한다”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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