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동기들과 셀카봉 이용 ‘우정사진’
“졸업앨범 사진 한 번 찍으려면 의상에 메이크업 비용만 수십만원이에요. 차라리 친한 친구들과 ‘이미지 사진’ 찍는 게 훨씬 낫죠.”
배재대 미술디자인학부 4학년 정모 씨는 “머리 손질과 메이크업, 의상까지 사진 한 번 찍는데 드는 비용이 20만원은 족히 넘는다”며 “모두 똑같은 포즈로 찍어 개성도 없고 무겁기만한 졸업앨범을 사는 것보다 친구들과의 추억을 남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4월이면 대학가 곳곳에 눈에 띄던 졸업사진 촬영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과 졸업유예 등으로 같은 학번 친구들과 졸업하는 학생들이 적어지면서 졸업앨범을 구매하거나 사진촬영을 하는 학생들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달부터 본격적인 대학 졸업앨범 촬영이 시작됐지만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는 저조하다.
졸업앨범을 사는 학생들도 급감하면서, 배재대의 경우 지난 2014학년도에는 아예 앨범 제작을 하지 못했다.
이처럼 학생들로부터 졸업앨범이 외면받는 대신 마음에 맞는 친구들끼리 자체적인 졸업앨범 제작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대학시절 친하게 지낸 친구 서너명과 함께 추억이 쌓인 캠퍼스 공간에서 ‘셀카봉’으로 우정 사진을 찍거나 개인 사진관에선 옷을 맞춰 입어 다양한 모습을 연출해 ‘포토 달력’을 만든다.
탄방동과 은행동 일대 사진관의 경우 3~4인 기준으로 평균 2만원 안팎이면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2만원 비용에는 다양한 크기의 사진과 액자 제공, 본인 의상 촬영뿐만 아니라 스튜디오 의상에 메이크업까지 모두 포함됐다.
통상 졸업앨범 촬영이 8만~10만원, 헤어와 메이크업으로 20만원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톡톡 튀는 추억을 만들 수 있어 학생들의 호응이 높다.
배재대 미술디자인학부 이 모씨는 “취업 시기가 다르다보니 4년간 함께했던 동기와 졸업사진을 못 찍게 됐다”며 “그렇다고 평소 교류가 없던 선후배와 억지웃음을 지으며 굳이 졸업앨범을 남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진관 관계자는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콘셉트의 사진을 찍을 수 있어 대학생들이 많이 찾고 있다”며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원하는 젊은층들의 요구에 따라 웨딩촬영에서만 즐겨했던 스냅 촬영도 한다”고 설명했다. 성소연 기자 daisy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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