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형진 건양대병원 피부과 교수 |
결과지를 받아든 이씨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조그만 점이 '피부암'이었던 것이다. 다행히 수술로 말끔히 제거했고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으며 관리하고 있다.
피부암은 신체에 생기는 암 중에 가장 많은 암이다. 다만 타 장기 암종에 비해 비교적 조기진단이 가능하고 완치율이 높아 사망률이 낮을 뿐이다(비흑색종 피부암의 경우).
치료법이 발전하기도 했지만 조기진단으로 암을 치료하게 된 것이 생존율을 높이게 된 주요 원인이다.
피부암은 현재 꾸준히 증가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피부암 환자는 2009년 1만980명에서 2013년 1만5826명으로 4년 만에 44%나 증가했다. 백인들에게만 있고 한국 사람들과는 인연이 없는 것으로 알았던 악성 흑색종도 2009년 2819명에서 2013년 3761명으로 33.4%의 증가세를 보였다.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피부암'에 대해 건양대병원 피부과 한형진 교수의 도움말로 자세히 알아본다.
▲피부암의 발생원인=피부암은 우리 몸에 발생하는 모든 암 가운데 발병원인이 가장 잘 규명된 암이다. 앞서 언급했듯 백인들에게 잘 발생하는 암인데, 미국이나 호주 등지에 피부암 환자가 많아 오랜 기간에 걸쳐 연구를 통해 원인을 밝혔다. 피부를 과도하게 햇빛에 노출할 경우 자외선(UV)이 '암 발생 억제 유전자'의 변이를 일으키고 면역반응을 억제해 피부암이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부암의 종류와 특징=피부암에는 어떤 암들이 있을까? 물론 수십 종의 양성 종양과 악성 종양이 있지만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다음의 세 가지 이다.
기저세포암=피부암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암이며 75~80% 정도나 된다. 햇빛에 많이 노출 되는 곳이나 얼굴에 많이 생긴다. 표피의 바닥에 있는 기저세포층에서 생기며 천천히 자란다. 물론 암이지만 임파선이나 다른 기관으로 전이 되는 일은 흔치 않고 계속 자라면서 주위의 조직을 파괴하여 궤양을 일으킨다.
기저세포암으로 사망한 환자는 드물지만 얼굴이나 눈, 코등이 파괴된 환자는 종종 볼 수 있다. 피부에 아물지 않은 궤양이 있을 때 의심할 수 있지만, 궤양이 없이 자라는 일도 많다. 수술적인 치료로 거의 완치가 되지만 시간이 지나 암이 커지면 수술 후 많은 조직손상이 따른다.
편평세포암=피부암중 두 번째로 많이 생기는 암종이며, 피부암의 약 10~15% 정도 된다. 역시 태양에 노출이 되는 부분에 많이 생기며 얼굴, 손 등에 많이 발생한다.
피부의 각질층 하부의 각화 세포층에서 일어나며 기저세포암 보다 악성이어서 인근 임파선 이나 뼈, 폐 등 다른기관으로 전이 되고 사망하기도 한다. 5~10% 가 인근 임파선으로 전이되며, 입술이나 눈꺼풀 등에도 많이 발생한다. 편평세포암 역시 조기 진단에 후 수술적 절제를 통해 제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60세 이상의 연령에서 입술이나 얼굴, 팔, 다리 등에 잘 낫지 않은 상처가 있을 때 의심하여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악성 흑색종 (색소종)=악성 흑색종은 우리 피부암의 약 2% 정도 되는 암이지만 피부암으로 인한 사망률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악성 종양이다. 독성이 매우 강한 악성 종양으로 흑색종의 발생률은 급속하게 늘고 있다.
주로 표피 기저층의 멜라닌 세포에서 발생하는데, 동양인의 경우 주로 발바닥, 손바닥, 손톱 밑 등 신체 말단부에 주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악성 흑색종은 가려움증, 통증 등 대체로 자각증상이 없기 때문에 환자들이 검거나 검푸른 반점 정도로 생각하고 가벼이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전적요인과 함께 과도한 자외선 노출 등 환경적 요인도 악성흑색종의 원인으로 꼽힌다. 흑색종은 일반적인 검은 점에서 시작되는 만큼 갑작스러운 점의 변화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건양대병원 피부과 한형진 교수는 “일반인이 점과 피부암을 구분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내 피부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꼼꼼히 살펴 변화가 있는지 예의주시한다면 피부암을 조기에 확인해 충분히 치료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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