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창원(71·사진) 한국문화복지재단 청소년사업단(브라스밴드코리아)단장은 지난해 2월 음악으로 청소년을 위한 무언가를 해보고자 준비에 들어갔다. 단원을 모집하고 예술감독 겸 지휘자를 선임해 공연프로그램을 짜고 연습에 돌입했다. 지역 중·고등학교에 '찾아가는 공연'을 가겠다는 공문을 보내고 충남도교육청과 대전시교육청과 MOU를 맺었다.
72개 학교 3만여 청소년과 교사들을 만나며 바쁜 1년을 보내고 사업 2년차를 맞이했다. 더 많은 청소년에게 음악으로 힘을 주고 싶다는 인 단장을 지난 5일 대전 중구 유천동 한국문화복지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인 단장은 젊은 시절부터 청소년에 관심이 많았다. 군 제대 후 지인의 소개로 '흥사단' 활동을 했다. 흥사단은 도산 안창호가 1913년 설립한 독립운동 단체로 앞선 1909년 신민회 산하 청년학우회의 정신을 계승해 독립 이후에도 교육운동과 시민운동 등을 하는 단체다. 인 단장은 40여년간 청소년운동 분야에 몸담다가 일선에서 물러났다. 90년대 중반에는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청소년봉사단을 만들어 여름방학마다 대학생과 해외봉사에 나서고 있다.
청소년과 일생을 함께한 인 단장은 최근 대두되는 많은 청소년 문제를 보며 속을 끓였다. 인 단장은 “요즘 청소년들이 학업 스트레스도 엄청난데다 자살, 왕따와 학교 폭력, 인성교육 부재 등 많은 문제를 겪는 것을 보며 무언가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생각했다”며 “어느 심리학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청소년기 정서가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누다 가장 원초적인 부분에서 학생들 위한 '음악'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인 단장은 학창시절 들었던 명곡을 지금도 듣고 있다. 당시 음악시간 감상 중 음악에 심취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그는 “음악이 미치는 영향이 분명 있다”며 “메마른 대지에 단비가 내리는 것처럼 각박한 청소년들의 생활에 조금이나마 그 영향력이 끼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5월 첫 공연 이후의 반응들은 인 단장의 선택은 틀리지 않음을 방증했다. 대중음악을 제외한 순수음악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청소년들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무대 위 연주에 몰입했고 반응했다.
브라스밴드코리아는 청소년을 위한 사업인 동시에 예술인의 무대가 되기도 한다. 많은 단원들이 지역에서 음악교육을 받았다. 인 단장은 “젊은 음악가들이 설 자리가 많지 않은 상황인 것을 지난해 사업을 시작하며 알게 됐다”며 “단원들이 안정적인 무대를 보일 수 있게 더 나은 처우를 늘 고민한다”고 밝혔다.
찾아가는 음악회가 무료로 진행되는 만큼 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은 사비와 후원을 통해서 운용되고 있다. 단원과 단체로 이동할 때마다 드는 버스 대절비용과 단원 인건비 등 지난해만 수억원이 예산이 집행됐다.
인 단장은 부담될 법도 하지만 가능할 때까지 밴드를 이끌어나간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장기적으로 활동을 이어가려면 금전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며 “올해는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후원회 설립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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