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의미와 상징성 높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잊혀져가는 식목일 기억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올해로 71번째 생일을 맞은 식목일입니다. 저는 나무 심기의 중요성을 알리고 실천하기 위해 1946년 태어났습니다. 이후 1949년 공휴일로 지정됐죠.
사실 저는 더 오래된 역사를 자랑해요. 조선시대 성종께서 1343년 4월 5일에 동대문 밖 선농단에서 직접 밭을 일구셨죠. 삼국시대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날(음력 2월 25일)이 양력으로 4월 5일이기도해요.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도 제가 탄생했지만 24절기 중 청명 무렵이 나무 심기에 적합한 이유도 있어요. 옛날부터 청명 무렵에 논밭의 흙을 고르는 가래질을 시작했죠.
일부 지역에서는 청명에 나무를 심었는데 이를 ‘내 나무’라 했대요. 아이가 혼인할 때 농을 만들어 줄 재목감으로 나무를 심었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나무 심기가 왜 중요했을까요? 정답은 간단합니다. 우리나라에 나무가 없어서죠. 예부터 사람들이 땔감을 사용해서 전국에 나무가 없는‘민둥산’이 많았어요.
이에 정부가 대대적인 산림녹화산업을 시작하면서 제가 스타가 됐죠. 4월 5일이면 모두들 집 밖으로 나서 나무를 심었으니까요. 이날엔 완연한 봄기운이 느껴지죠? 나무도 심고 나들이도 갈 수 있는 ‘딱 좋은 날’인 셈이죠.
하지만 2006년부터 주5일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저는 공휴일에서 제외됐습니다. 식목일이라는 이름만 남아 ‘쉬는 날’도 아니고, ‘나무 심는 날’도 아닌 평일로 남게 됐죠.
기념일로 바뀌면서 제가 그냥 흔한 날로 기억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파요. 앞에서 말씀드린 여러 가지 의미와 상징성이 있음에도 말이죠.
하지만 이보다 더 큰 고민이 있답니다. 제 생일을 변경하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어서죠. ‘지구온난화’ 때문에 기온이 상승하면서 식목일이 나무 심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거예요.
산림과학원은 일 평균기온이 6.5도일 때 나무를 심는 게 가장 좋다고 해요. 평균기온이 1도 오르면 나무가 자라는 시기는 5∼7일 정도 앞당겨진다고 분석했죠.
실제 대전·충청지역은 물론 전국에서 기온이 상승하고 있어요. 1970년대 이후 식목일 전국 대부분의 도시가 평균기온 10도를 웃돌고 있어요.
대전과 세종, 충남지역은 평균 11.3도였고요, 서울 10.2도, 광주 11.7도, 대구 12.4도, 부산 11.7도를 기록했어요. 실제 충청지역은 90년대 9.7도, 2000년대 10도 등 기온이 점차 오르고 있죠.
일부 환경운동단체들과 식물학자들은 온난화로 기온이 높아져 4월은 이미 꽃과 눈이 틔는 만큼 식목일을 3월 말로 바꾸는 게 맞다고 주장해요. 뿌리를 건드리면 나무가 고사하기 때문이죠.
이렇다보니 여러 지자체와 자치구에서도 나무 심는 행사를 앞당겨서 열고 있어요.
실제 노무현 정부때 대통령 지시로 제 생일 변경이 추진되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이명박 대통령 재임시절 국무회의에서 식목일의 상징성을 고려해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답니다.
제 생일을 바꾸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 생일도 생일이지만 갈수록 잊혀져가는 저의 존재를 기억해 주세요. 바쁘시더라도 오늘은 작은 묘목 한그루라도 심어보는 게 어떠세요? 송익준 기자 igjunbabo@
※ 이 기사는 올해로 71회를 맞은 식목일에 대해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식목일 1인칭 시점에서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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