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대전의 A대학병원 진료실. 의사 B씨의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는 진료를 받으면서 스마트폰 녹음 기능을 켠채 진료를 받고있다. 의사의 말 한마디와 진료 전후로 이뤄지는 모든 사안들을 녹취하고 있다. B의사는 환자의 녹취장면을 목격하는 순간 불쾌감을 숨길 수 없었다.
B의사는 “환자가 진료내용을 녹취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불쾌한 마음에 방어진료를 하게 된다. 환자에게 질병에 대해 정확하게 단정짓는 언행을 피하고 나중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례2= 보호자 정모씨는 어머니 진료과정을 모두 촬영했다. 입원실에 입원하는 과정부터 진료과정, 수술 전후의 상태까지 모두 촬영해 놨다. 의료진들은 정씨의 행동에 불쾌하다는 표현을 드러내놓고 했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 말한다.
정씨는 “의료사고나 분쟁이 날 경우 거대한 공룡인 병원에 맞서 싸우다 환자들이 번번이 피해만 입고 물러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나중에 최소한의 증거물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한 촬영이었는데, 의료진이 많은 불쾌감을 나타내 놀랐다”라며 “촬영이나 녹취가 환자에게 정당 권리로 받아들여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의료사고 책임소재를 둘러싼 의료분쟁이 매년 급증하면서 환자들이 의료진을 불신하며 진료중 녹취나 도촬이 급증하고 있다.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과거에는 찾아볼 수 없던 현상이지만 하루 외래 진료 환자 가운데 10% 가량은 진료 내용을 녹취하거나 도촬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진은 몰래 도촬이나 녹취를 당하는 상황에 대해 방어진료 등의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지만 환자들은 의사의 소견이나 진료내용을 파악하기 위한 정당권리라며 맞서고 있다.
더욱이 의료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병원측에서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진료기록 차트 등에 대해 환자들의 불신이 높은 상황이어서 환자 권리차원에서는 무조건 막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지역 병원들의 경우 응급실이나 외래 대기장소 등에는 CCTV등이 설치돼 있으나 진료실 내부는 환자 개인정보 보호와 신체부위를 노출 시켜야 하는 진료 특성상 CCTV 설치도 불가능하다.
최근에는 의료 분쟁을 줄이는 대안으로 의료 상담이나 진료, 수술과정에 병원 자체에서 녹취 시스템을 도입하고 음성인식을 통한 지능형 녹취 시스템도 개발되는 등 의료시장의 변화가 일고 있다.
지역병원 관계자는 “환자들이 몰래 촬영하는 것 보다는 공식적으로 시스템화 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할 것 같다”며 “허용되지 않는 도촬이나 녹취보다는 병원 차원에서 시스템화 하는 방안 모색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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