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안에 인력 문제로 회사가 문을 닫을 수도 있다.”
대전에서 20여 년 중소제조기업을 운영해온 A(59)씨는 이맘때면 신규직원 채용 문제로 애를 태운다.
고용노동부의 고용정보시스템(워크넷)에 채용공고를 등록하고 기다려봐도 쓸만한 지원자를 찾아볼 수 없어서다.
A 대표는 “기업의 성장과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자 20대 대졸사원을 채용하려 하지만 정작 젊은이들이 아예 지원을 하지 않는다”며 “이렇게 인력 수급이 안 된다고 하면 향후 10년 내 회사 문을 닫을 수도 있을 것이란 불안감마저 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에선 구인난으로 허덕이는데 구직자들은 취업난에 한숨 쉬는 노동시장의 미스매치 현상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달 지역 4년제 대학을 졸업한 B(27·여)씨는 대기업 소속 한 연구소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B씨는 “취업문턱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다보니 가족들의 눈치가 보여 계약직으로 입사하게 됐다”면서 “올 연말 계약이 연장될 지 알 수 없고 정규직 전환은 꿈도 꿀 수 없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었다”고 말했다.
‘노느니 일단 취업부터 하고 보자’는 취업준비생들이 비정규직을 하나의 대안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구직자 907명을 대상으로 ‘비정규직 취업의향’을 물었더니 502명(55.3%)이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같은 조사 결과(48.6%)와 비교해 6.7%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이들은 일단 취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서(64.1%·복수응답), 구직 공백기를 줄이기 위해서(39.2%), 경력을 쌓을 수 있어서(36.7%), 정규직 일자리가 부족해서(30.1%), 정규직 전환 기회를 노릴 생각이라서(21.5%), 고용 형태는 중요하지 않아서(15.5%), 시간 활용이 자유로울 것 같아서(11.2%) 등의 이유를 들었다.
대기업 정규직을 갈 수 없다면 대기업 비정규직이라도 괜찮다는 일종의 역선택으로 임금수준을 보면 그 배경이 드러난다.
정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노동시장 해소를 통한 상생고용촉진대책’에 따르면 대기업·정규직의 임금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대기업·비정규직은 64.2로 중소기업·정규직 52.3, 중소기업·비정규직 34.6과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조형수 대전세종충남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조합 소속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인력수급이 제대로 안 돼 사업 확장은커녕 유지하기도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이 임금과 복지수준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구직자들도 중소기업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지원해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승현 기자 hey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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