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ㆍ홍수와 달리 가뭄은 규모나 피해액 집계 없어
최소 48만명 피해 겪고도 공식 피해액은 농작물 31억 불과
대청ㆍ보령댐은 15~35년 전 용수공급기준으로 운영
가뭄이 사회에 미치는 피해가 막대함에도 이를 규모화하거나 피해액에 대한 통계가 없어 체계적인 재난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가뭄과 홍수 피해 예방에 필수적인 다목적댐은 16~35년 전 댐 준공 당시의 용수공급 기준으로 지금껏 운영돼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대가뭄이 충청권을 휩쓸어 피해와 불편을 초래했지만, 정작 가뭄의 규모나 피해액에 대한 통계는 정부와 지자체 어디에도 없다.
턱없이 부족한 강수량에 논과 밭은 타들어갔고, 충남 8개 시ㆍ군 주민 48만명은 먹는물조차 부족해 반년 가까이 생활과 영업에 불편을 겪었고 가뭄의 규모가 어떠했는지 등 피해 규모는 산정되지 않았다.
국민안전처가 작성한 재해연보에 홍수나 태풍 등은 피해액과 복구비용을 집계해 매년 제공하지만 가뭄만큼은 자료가 없다.
다만, 지난해 가뭄피해 332 농가에 농업재해보상금 39억원을 지급했다는 게 유일한 가뭄 피해액일 뿐 물부족 인구나 일수, 금전적 손실 등은 기록되지 않았다.
충남도 관계자는 “가뭄의 규모와 피해액을 집계하려면 피해 산정에 대한 잣대가 있어야하는데 국가적인 기준이 아직 없다”며 “가뭄에 대한 기준과 잣대가 우선 제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가뭄과 홍수 등의 재해를 예방할 지역 다목적댐이 수십 년 전 용수공급계획으로 지금까지 운영돼 제도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강물을 막아 댐을 조성할 때 상류 유역면적에서 유입될 물의 양을 계산해 댐 하류에 공급할 용수공급능력과 배분기준을 결정하는데 이러한 기준이 댐 준공 이후 한 차례도 변경되지 않았다.
대청댐은 상류 유역면적 3204㎢에서 빗물이 모여 총저수량 14억9000㎥를 유지하며 연간 하류에 16억9000만㎥의 용수를 공급할 수 있도록 1981년 준공했다.
이는 당시 대청댐의 상류와 하류의 인구와 농경지ㆍ공장 등을 조사해 결정한 것으로 지난 35년간의 도시화와 산업화, 기후변화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1997년 대청댐에 대한 첫 재평가가 진행돼 설계된 용수공급능력보다 대청댐 능력이 연간 4700만㎥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으나, 1981년 기준은 바뀌지 않았다.
지난해 완전 고갈 위기를 겪은 보령댐 역시 연간 1억660만㎥의 용수공급능력으로 2000년 준공했으나 이번 가뭄에서 댐 상류 실제 유입량과 하류 용수공급능력은 설계보다 크게 적었다.
이 역시 16년 전 용수공급능력 기준을 세운 이후 보령댐 주변 환경변화에 대한 재검토가 없어 발생하는 문제다.
현재 국내 모든 댐은 준공 이후 재평가가 없거나 용수공급 재배분이 이뤄진 적이 한 차례도 없다.
댐을 조성한 이후 5~10년 단위로 도시화ㆍ공업화 또는 농업용지 감소에 따른 생활ㆍ공업ㆍ농업용수 이용유형의 변화를 반영할 법적 규정이 없다.
K-water 관계자는 “기후변화와 인구변동 등의 변화를 댐 운영에 반영할 필요가 있어 국회에 개정안 발의까지 이뤄졌으나 처리되지 않았다”며 “댐 용수공급능력의 재평가와 용량재배분은 하류 지자체와 주민들의 합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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