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전동 폭발 사고 빌라 주민의 하소연
현장 여전히 아수라장… 안전진단과 피해복구작업 분주
“답답해 죽을 지경이니까 말 걸지 마세요….”
30일 오후 2시 30분 동구 용전동 모 빌라 근처. 한 50대 남성이 기자에게 차갑게 쏘아붙였다. 얼굴을 잔뜩 찌푸린채였다. 어제 일어난 폭발사고에 대해 물어보려던 찰나였다.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고민하는 기자를 뒤로 한 채 부서진 빌라를 한참 동안 말없이 쳐다봤다.
이날 다시 찾은 폭발사고 현장은 ‘답답함’과 ‘안타까움’, ‘분노’, ‘안도’ 등의 감정이 공존했다. 하루아침에 살던 집을 떠난 할머니는 망연자실해했다. “옷가지도 챙겨 나오지 못했다”는 한 입주민의 목소리에는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주민 가족들은 “이만하길 다행”이라며 서로의 손을 꼭 붙잡았다.
인근 건물 옥상에 올라 사고 빌라를 내려다봤다. 하루가 지났지만 여전히 사고 흔적으로 가득했다. 곳곳에 유리조각은 물론 건물잔해와 파편들이 널려있었다.
사고가 난 빌라 3층은 앞뒤가 뻥 뚫린 채 조사단을 맞이하고 있었다. 집안에 있던 가재도구들은 모두 잿더미로 변해버린 상태였다. 벽면도 모두 타 회색벽돌이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조금만 충격을 받아도 바로 떨어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아래층 창문은 대부분 산산조각 났고 아예 샤시가 떨어져 나간 곳도 있었다. 시선을 돌려 지붕을 바라보니 모서리 한쪽이 지면 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었다. 이 빌라는 1982년 완공됐는데, 벽돌시공이라 충격에 취약하다고 한다.
옥상에서 내려와 사고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출입 통제를 알리는 노란 안전선과 경찰이 기자를 막아섰다. 현재 관계자를 제외한 주민과 일반인들의 출입은 전면 통제되고 있다.
출입 통제 안전선 뒤로 인근 주민들과 이재민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이들은 걱정스런 눈빛으로 복구 작업을 지켜봤다.
주민 이모(44)씨는 “어제 사고 소식을 듣고 무척 놀랐었는데, 오늘도 괜히 걱정이 들어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 이렇게 나왔다”고 말했다.
맞은편 빌라 거주민 유모(62·여)씨는 “사고 당시에는 집에 머물지 않아 화를 입지 않았지만 조사 결과가 이상이 없다고 나와도 불안한 마음에 편히 살 수가 없을 것 같다”며 “앞으로 가족들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참 문제”라고 토로했다.
동구와 경찰, 소방당국은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복구 작업을 펼치느라 분주했다. 재난현장통합지원본부에 설치된 상황판에는 피해상황과 이재민 관리 등 조치사항이 수시로 변경됐다.
관할 당국은 사고 당일 1차 안전진단을 실시해 인근 56세대 주민 114명을 대피시켰다. 이날 안전진단은 빌라의 붕괴 위험도를 측정하고 철거 범위를 결정하기 위해 이뤄졌다.
동구 이만유 안전도시국장은 “정밀안전진단을 진행 중인데 조사 결과에 따라 붕괴 위험성이 있는 건물에 대해서는 철거계획을 세울 것”이라며 “최종진단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동안 주민들의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9일 오후 1시 52분께 동구 용전동 한 빌라 3층에서 가스 폭발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주민 2명이 다치고 건물 5개동이 피해를 입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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