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의 한 중소제조업체 대표 A(58)씨는 지난해 자금조달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신기술 개발엔 성공했지만 상용화까지는 꽤 오랜 기간이 소요돼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A씨는 고민 끝에 주거래은행인 하나은행을 찾았고 기술력을 높게 평가받아 5억원을 대출받았다. 3년 이상 만기에 우대금리도 적용됐다.
A 대표는 “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은 줄로만 알았는데 기술력을 토대로 장기대출을 받게 돼 기업 운영에 숨통이 트인 것 같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 충청영업그룹 관계자는 “업체의 담보력이 부족하다는 점보다 기술력, 사업전망, 업체와 은행 간 수십년의 거래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출을 진행했다”면서 “대출과 함께 업체를 대상으로 재무설계 등 금융컨설팅도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재무 경영정보를 활용해 유망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이른바 ‘관계형금융’이 기업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관계형금융이 국내은행에 도입되고 1년 만인 지난해 12월 현재 1조8637억원(3861건)의 대출이 이뤄졌다.
은행그룹별 대출규모는 지방은행 9181억원, 시중은행 5953억원, 특수은행 3503억원으로 운전자금(1조711억원)과 시설자금(7926억원) 용도가 주를 이룬다.
관계금융은 2014년 금감원과 은행권의 논의과정을 거쳐 세부실행방안이 마련됐고 그해 11월 시행됐다.
관계금융의 핵심은 비재무정보를 활용한 3년 이상 장기대출로 낮은 신용도, 담보 부족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에 새로운 활력을 주고 있다.
대출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표자의 전문성, 업계 평판, 거래신뢰도, 사업전망, 노사관계 안정성 등이 포함돼 담보 위주의 기존 대출 관행도 개선 추세다.
관계금융의 신용대출 비중은 34.5%로 기존 중소기업(법인)에 대한 신용대출 24.1%에 비해 10.4%포인트 높다.
또 관계금융에 의한 대출은 대부분 3년 이상 장기대출로 취급돼 기업은 만성적인 자금상환 압박에서 벗어나 기업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금감원은 더 많은 중소기업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오는 4월부터 관계금융의 취급대상업종을 현행 제조·정보통신기술업에서 부동산업을 제외한 모든 업종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관계형 금융이 새로운 대출 흐름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올해 중 제도 운영실태에 대한 현장점검을 벌여 운영상 미비점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문승현 기자 hey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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