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상황’ 대비 훈련 취지...강매에 부실식사 논란 일어
예비군들이 올해부터 실시 중인 ‘급식훈련’에 단단히 뿔이 났다. 선택권 없이 전원이 급식해야 하는데다 일부 예비군 동대나 훈련장에서 식사비 대신 지급하는 음식이 부실해서다.
전시상황을 대비한 급식지원·훈련 목적이지만 예비군들은 “식사의 질도 떨어지고 강제로 먹게 하는 것은 일종의 강매”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방부와 군에 따르면 올해부터 예비군훈련 입소인원 전원이 반드시 급식해야 한다. 일명 ‘급식훈련’으로 전시에 이뤄지는 일반 식당들의 식사 제공 능력을 확인하고 예비군의 급식지원·교대를 직접 해보겠다는 취지다.
각 예비군 동대나 훈련장과 협약을 맺고 있는 식당 혹은 도시락업체들이 문제없이 식사를 준비할 수 있는지, 전시상황 지침에 따라 주야간조가 식사를 하면서 임무교대가 원활하게 이뤄지는지를 확인한다.
기존엔 급식을 신청하지 않는 예비군은 식사비 6000원을 현금으로 받았다. 급식 미신청자들은 도시락을 싸가거나 훈련장 내 PX에서 허기를 채웠다. 아예 식사를 거르는 예비군도 있었다.
하지만 급식훈련이 의무화되면서 예비군들 사이에서 ‘강매논란’이 일고 있다. 식사를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전원 지급하는 것은 강매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예비군 5년차 양모(28)씨는 “최근 예비군 동대에서 진행하는 향방작계훈련에 참여했는데 작년과 다르게 무조건 급식해야 한다고 해서 놀랐다”며 “아무리 훈련의 일환이라지만 식사까지 일방적으로 주는 것을 먹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예비군들은 군이 계약한 식당 혹은 업체와 “부적절한 관계가 있는 게 아니냐”며 의심해 해당 동대나 훈련장 대원들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또 식사비에 맞지 않는 부실한 음식이 제공되면서 예비군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예비군 훈련에 참여한 시민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급식으로 1인당 육개장 한 그릇 혹은 4인당 부대찌개, 김치찌개, 해장국 등이 지급됐다. 밑반찬으로는 김치, 마늘장아찌, 콩나물무침 등이 나왔다.
예비군 6년차 문모(29)씨는 “일반 식당에서도 6000원이면 예비군 훈련에서 먹은 음식보다 많은 가짓수의 반찬과 양이 나온다”며 “급식을 강제 의무화했으면 기존 식사비 6000원에 맞는 음식이라도 제공해야 할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 예비군 동대 관계자는 “올해부터 전시상황에 진행되는 실제 예비군 운영계획대로 예비군 급식훈련을 의무화해 시행하고 있다”며 “식당들이 질 좋은 음식을 제공할 수 있는지, 준비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지 등을 파악하고 예비군들의 식사 교대와 지원임무도 수행하기 위한 것인 만큼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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