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사되거나 안락사 되는 반려동물 여전히 많아
반려동물과 인간과의 행복한 동행 원해요
▲ 이리온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동동이의 모습. (사진 출처. 이리온동물병원) |
[2016 아젠다 행복·희망 플러스 충청] '짝이 되는 동무’ 반려동물들의 아픔
안녕하세요? 저는 수컷 말티즈 ‘동동이’입니다. 저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실 것 같아요. 지난해 여름 쓰레기종량제 봉투에 담겨 동구 인동 한 골목에 버려졌었죠. 검은 비닐에 쌓인 채로요. 어둠만 가득해 너무 무섭고,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어요. 공기가 통하지 않다보니 온몸에 땀이 주르륵 흘렀죠. 또 너무 아프고 힘이 들었어요. 주인아저씨가 청소를 하다 떨어뜨린 화분을 제가 맞아 아픈 상태였거든요.
다행히 지나가던 주민분이 저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해 주셨어요. 경찰아저씨와 주민아저씨는 쓰레기봉투를 열고 검은 봉지를 찢어 저를 구해주셨죠. 사람들은 온몸이 땀으로 젖어있고 오물이 묻어 있는 저를 보고 “불쌍하다”고 했어요. 부끄럽기도 했지만 이제 살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죠. 저는 대전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를 받다 동물보호단체 케어의 도움으로 수술도 받고 좋은 주인님에게 입양됐어요.
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겪었지만 저는 운이 좋은 경우라고 해요. 주인에게 버려진 후 입양을 원하는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하면 안락사 혹은 폐사되는 친구들이 많기 때문이죠. 길거리를 떠돌다 사고를 당하는 친구들도 많아요. 대전에서 한 푸들 친구는 교통사고로 걷기도 어려운 상태였지만 결국 주인이 버렸죠. 한 믹스견 친구 녀석도 올무에 걸린 채로 버려졌었어요.
동물보호법은 유기동물을 10일 동안 보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요. 유기동물이란 주인의 실수 혹은 의도적인 목적으로 버려진 동물을 뜻해요. 10일이 지났는데도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 안락사 대상이 되지요. 2014년엔 전체 유기동물의 22.7%가 안락사를 당했어요. 그래서 보호센터에서 만난 친구들은 매일 매일 착한 주인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도해요. 다시 사랑 받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만 죽지 않기 위한 마음이 크죠.
지난해 대전에선 3407마리의 유기동물이 발생했어요. 이 중 756마리는 주인의 품으로 다시 돌아갔죠. 935마리는 새로운 주인에게 분양됐어요. 정말 다행이죠. 하지만 1032마리는 안락사를 당했어요. 나머지 684마리는 폐사됐죠. 올해도 개 534마리, 고양이 30마리가 유기동물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어요. 저를 돌봐준 동물보호센터에는 개 200마리, 고양이 30마리가 보호를 받으며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고요.
우리를 왜 버리시는 건가요? 동물보호법에도 동물을 유기하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되어 있어요. 불법행위인데도 동물을 버리는 이유가 뭐죠? 한 설문조사를 찾아봤어요. ‘이사를 가야해서’, ‘너무 짖어서’, ‘배변문제 때문에’, ‘경제적 부담’ 등을 이유로 답했네요. 반려견이 죽을 때까지 같이 살았다는 가족은 12%에 불과했고요. 인간에게 길들여진 저희가 버려져 거리에 나서는 것은 죽음이나 다름없어요.
정부에선 유기동물 발생을 막기 위해 2013년부터 애완동물 등록의무제(동물등록제)를 시행하고 있죠. 하지만 등록을 내장형칩 또는 외장인식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어서 큰 효과를 거두진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외장인식표는 잃어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내장형칩이 무조건 좋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우리들 몸속에 칩을 설치하는 방식이라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서죠.
저는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인간들의 생각과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우리를‘애완동물’로 부르셨는데, 이제는 ‘반려동물’이라고 불러주고 있잖아요. 반려는 ‘짝이 되는 친구·동무’라는 뜻이더라고요. 우리를 귀여워하고 즐기는 대상에서 친구이자 동무로 여긴다는 얘기죠. 어떤 수의사님이 얘기하셨대요. “사람은 행복한 삶을 사는 법을 배우려고 태어나지만 개들은 이미 그걸 다 알고 있어서 인간처럼 오래 살 필요가 없다”. 우리를 정말 사랑해 주면 안될까요? 송익준 기자ㆍ김기홍 인턴기자 igjunbabo@
※ 이 기사는 버려지는 반려동물의 상황과 실태를 지난 해 여름 쓰레기봉투에 버려졌던 수컷 말티즈 ‘동동이’의 시점에서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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