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희망+충청] '짝이 되는 동무’ 반려동물들의 아픔

[행복·희망+충청] '짝이 되는 동무’ 반려동물들의 아픔

  • 승인 2016-03-27 17:23
  • 신문게재 2016-03-27 1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우리 이야기 한 번 들어보실래요?
폐사되거나 안락사 되는 반려동물 여전히 많아
반려동물과 인간과의 행복한 동행 원해요


▲ 이리온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동동이의 모습. (사진 출처. 이리온동물병원)
▲ 이리온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동동이의 모습. (사진 출처. 이리온동물병원)

[2016 아젠다 행복·희망 플러스 충청] '짝이 되는 동무’ 반려동물들의 아픔

안녕하세요? 저는 수컷 말티즈 ‘동동이’입니다. 저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실 것 같아요. 지난해 여름 쓰레기종량제 봉투에 담겨 동구 인동 한 골목에 버려졌었죠. 검은 비닐에 쌓인 채로요. 어둠만 가득해 너무 무섭고,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어요. 공기가 통하지 않다보니 온몸에 땀이 주르륵 흘렀죠. 또 너무 아프고 힘이 들었어요. 주인아저씨가 청소를 하다 떨어뜨린 화분을 제가 맞아 아픈 상태였거든요.

다행히 지나가던 주민분이 저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해 주셨어요. 경찰아저씨와 주민아저씨는 쓰레기봉투를 열고 검은 봉지를 찢어 저를 구해주셨죠. 사람들은 온몸이 땀으로 젖어있고 오물이 묻어 있는 저를 보고 “불쌍하다”고 했어요. 부끄럽기도 했지만 이제 살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죠. 저는 대전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를 받다 동물보호단체 케어의 도움으로 수술도 받고 좋은 주인님에게 입양됐어요.

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겪었지만 저는 운이 좋은 경우라고 해요. 주인에게 버려진 후 입양을 원하는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하면 안락사 혹은 폐사되는 친구들이 많기 때문이죠. 길거리를 떠돌다 사고를 당하는 친구들도 많아요. 대전에서 한 푸들 친구는 교통사고로 걷기도 어려운 상태였지만 결국 주인이 버렸죠. 한 믹스견 친구 녀석도 올무에 걸린 채로 버려졌었어요.

동물보호법은 유기동물을 10일 동안 보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요. 유기동물이란 주인의 실수 혹은 의도적인 목적으로 버려진 동물을 뜻해요. 10일이 지났는데도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 안락사 대상이 되지요. 2014년엔 전체 유기동물의 22.7%가 안락사를 당했어요. 그래서 보호센터에서 만난 친구들은 매일 매일 착한 주인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도해요. 다시 사랑 받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만 죽지 않기 위한 마음이 크죠.

지난해 대전에선 3407마리의 유기동물이 발생했어요. 이 중 756마리는 주인의 품으로 다시 돌아갔죠. 935마리는 새로운 주인에게 분양됐어요. 정말 다행이죠. 하지만 1032마리는 안락사를 당했어요. 나머지 684마리는 폐사됐죠. 올해도 개 534마리, 고양이 30마리가 유기동물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어요. 저를 돌봐준 동물보호센터에는 개 200마리, 고양이 30마리가 보호를 받으며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고요.

우리를 왜 버리시는 건가요? 동물보호법에도 동물을 유기하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되어 있어요. 불법행위인데도 동물을 버리는 이유가 뭐죠? 한 설문조사를 찾아봤어요. ‘이사를 가야해서’, ‘너무 짖어서’, ‘배변문제 때문에’, ‘경제적 부담’ 등을 이유로 답했네요. 반려견이 죽을 때까지 같이 살았다는 가족은 12%에 불과했고요. 인간에게 길들여진 저희가 버려져 거리에 나서는 것은 죽음이나 다름없어요.

정부에선 유기동물 발생을 막기 위해 2013년부터 애완동물 등록의무제(동물등록제)를 시행하고 있죠. 하지만 등록을 내장형칩 또는 외장인식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어서 큰 효과를 거두진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외장인식표는 잃어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내장형칩이 무조건 좋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우리들 몸속에 칩을 설치하는 방식이라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서죠.

저는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인간들의 생각과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우리를‘애완동물’로 부르셨는데, 이제는 ‘반려동물’이라고 불러주고 있잖아요. 반려는 ‘짝이 되는 친구·동무’라는 뜻이더라고요. 우리를 귀여워하고 즐기는 대상에서 친구이자 동무로 여긴다는 얘기죠. 어떤 수의사님이 얘기하셨대요. “사람은 행복한 삶을 사는 법을 배우려고 태어나지만 개들은 이미 그걸 다 알고 있어서 인간처럼 오래 살 필요가 없다”. 우리를 정말 사랑해 주면 안될까요? 송익준 기자ㆍ김기홍 인턴기자 igjunbabo@


※ 이 기사는 버려지는 반려동물의 상황과 실태를 지난 해 여름 쓰레기봉투에 버려졌던 수컷 말티즈 ‘동동이’의 시점에서 재구성한 것입니다.


●카드뉴스로 보기(클릭)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한여성기업인협회 발대 "여성기업인이 국가 경제 견인하는 한 축으로"
  2. [사설] 의대 정원 동결해도 ‘지역의료’ 괜찮을까
  3. 학교급식실 근무환경 어떻길래… 전국 15개 교육청 조리원 '결원 상태'
  4. [세상읽기] 왜 사과를 해야 하는가
  5. ‘느려도 괜찮아’, 어린이 거북이 마라톤대회
  1. 교육부 '지역인재 육성 지원 사업' 추진… 고교·대학 연계 강화
  2. '오락가락 의대정책' 수험생 혼란… 지역대 '24~26학번 트리플링' 우려도
  3. [2025 과학의 날] 연구개발 성과 한눈에… 2025 대한민국 과학기술대전 성황 중
  4. [사이언스칼럼] 발등에 불이 떨어지지 않게
  5. 대전교육청 급식사태 공식 입장 "학생 학습권·건강권 쟁의 수단 매우 유감"

헤드라인 뉴스


박수현 "세종 행정수도, 서울 경제수도…李 의지확고"

박수현 "세종 행정수도, 서울 경제수도…李 의지확고"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의원(공주부여청양)은 18일 "세종은 행정수도, 서울은 경제수도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 캠프 공보단장을 맡고 있는 박 의원은 이날 중도일보를 찾은 자리에서 "이 후보의 행정수도 완성과 국가균형발전 의지는 강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이 후보가 충청권 대표 공약으로 제시한 임기 내 세종의사당과 대통령집무실 건립, 나아가 사회적 합의를 통한 완전이전 약속을 재차 상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여기서 사회적 합의는 대선 이후 여야 합의와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한 개헌을 가리키는 것이다. 때문에 박 의원..

문턱 더 낮아진 재개발·재건축…대전 노후아파트 재건축 활로 기대
문턱 더 낮아진 재개발·재건축…대전 노후아파트 재건축 활로 기대

국토교통부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기존보다 쉽게 추진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정을 조정한다.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요건에 무허가 건축물을 포함하고, 재건축진단(옛 안전진단)은 세부평가 항목을 늘려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 문턱을 낮추는 게 골자다. 대전에서도 노후아파트 재건축 추진 움직임이 최근 활발해지고 있는 만큼, 관련 절차 진행에도 활로가 뚫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토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시행령' 하위법령 개정안을 18일부터 다음 달 28일까지 40일간 입법 예고한다고 발표했다. '주택 재건축 판정을 위한 재건축진단 기준' 하..

대전시 "전국유일 결혼·출산 지표반등…청년이 살고싶은 도시"
대전시 "전국유일 결혼·출산 지표반등…청년이 살고싶은 도시"

대전시가 저출산과 지방소멸 등 국가적 위기 속 전국에서 유일하게 결혼과 출산 지표가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시의 기업유치 및 다양한 청년 우선 정책이 빛을 발한 것으로풀이된다. 대전시에 따르면 과거의 대전은 교통과 주거 등 인프라 측면에서 살기 좋은 도시라는 이미지가 짙었다. 그러나 지금 대전은 행정당국의 '기업 유치-대전 정착-결혼-육아-노인 복지'로 선순환 정책이 자리를 잡으면서 청년 세대에게 '살고 싶은 도시'라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도시로 성장했다. 대전 청년 정책의 효과는 통계 지표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통계청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가방은 내가 지켜줄께’ ‘가방은 내가 지켜줄께’

  • ‘느려도 괜찮아’, 어린이 거북이 마라톤대회 ‘느려도 괜찮아’, 어린이 거북이 마라톤대회

  • 감염병 예방 위한 집중 방역 감염병 예방 위한 집중 방역

  • 새내기 유권자들, ‘꼭 투표하세요’ 새내기 유권자들, ‘꼭 투표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