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다던 시, 권 시장이 지시한 생활체육대축전에는 수억원 투입 대조
스포츠마케팅을 통해 도시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던 대전시가 정작 지역의 상징과도 같은 충무기럭비대회를 타 지역에 넘겨 논란이 일고 있다.
충무기럭비대회는 대전시와 충남도가 분리되기 전인 1981년 1회 대회부터 2014년 34회 대회까지 지역에서 치러진 역사가 깊은 전국대회다.
또 일주일 간 치러지는 대회의 특성상 수백명의 선수와 가족들이 대전을 방문해 최소 2일에서 최대 7일까지 숙식을 해결하면서 지역경제유발효과도 발생해 왔다.
실제로, 대전에서 마지막 대회가 열린 2014년 34회 대회에는 중학부 8개팀, 고등부 12개팀 등 700여 명의 선수들과 선수 가족들이 대전을 방문했다.
그러나 대전시는 지난해 대회를 치르는 데 필요한 2000여 만원의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개최를 포기했다.
반면, 지난해 권선택 시장이 본인의 치적을 쌓기 위해 행사를 강행했다는 논란이 일었던 ‘대전시민 생활체육 대축전’에는 수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특히, 시는 행사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자치구 마다 일정 수의 주민을 동원하도록 요구하면서 2000만원씩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예산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대전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내년부터 관련 예산을 확보해도 충무기럭비대회가 다시 대전에서 개최될 가능성은 낮다는 점이다.
충무기럭비대회는 그동안 동아공고 럭비경기장에서 대회를 치러왔지만, 동아마이스터고로 바뀌면서 럭비부가 명석고등학교로 이전됐다.
이로 인해 동아마이스터고는 운동장을 빌려주는 것을 꺼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석고 럭비경기장 또한 올해 착공될 예정이지만, 국제경기장 규격에 맞지 않아 대회를 치르기에는 부적합하다.
이와 함께 대한럭비협회도 선수보호차원에서 인조잔디가 아닌 천연잔디가 깔린 경기장에서 대회를 치를 것을 권장하면서 이 같은 인프라가 전무한 대전이 다시 대회를 유치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안영생활체육시설단지 내 인조잔디 축구장 5면 중 1면이 럭비경기가 가능한 복합경기장으로 건립되는 만큼 이를 2개 면으로 늘리고, 사계절잔디로 교체해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체육계 한 관계자는 “안영생활체육시설단지에 2개 면의 사계절잔디구장을 갖추면 축구 전지훈련팀과 각종 축국대회를 유치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사계절 잔디는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설치를 꺼려하는데, 스포츠마케팅을 한다면 이런 생각부터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전시 럭비협회 한 관계자는 “충무기럭비대회는 한ㆍ중ㆍ일주니어 종합경기대회 파견선수 선발전을 겸하고 있다”며“특히 선발전을 타지역에서 개최하고 있는 럭비대회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언제 완공될지 모르는 안영생활체육단지를 기다리기 보다 대회가 축소되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시 차원에서 나서서 천연잔디 경기장을 확보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성직 기자 noa7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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