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 연합 진료빙자성추행 방지법 제정 운동 나서
#사례1= 지난 2013년 4월 한 소아과에 14살 여학생이 진료를 받으러 왔다. 이 병원 의사는 진찰하는 과정에서 다리를 벌리고 다가와 피해자의 무릎에 자신의 성기를 밀착시키고, 진료실내 침대에 눕게 한 후 손으로 피해자의 배꼽 주변을 누르다가 피해자의 속옷 안에 손을 넣어 음모가 난 부위를 만졌다. 이 의사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벌금 100만원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받았다.
#사례2= 지난해 1월 대전의 한 병원에서 MRI 촬영기사로 일하고 있는 A씨는 촬영을 준비하는 것처럼 행동하면서 환자복을 입은 피해자의 가슴을 만졌다. 촬영을 위해 누워있는 피해자의 목부위부터 양가슴을 지나 명치까지 쓸어내리듯 만져 피해자를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A씨는 징역 4월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의료인이 진료를 핑계로 성추행을 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일부 몰지각한 의사들로 인해 정상적인 진료를 하고 있는 의료인까지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사회적 불신이 이어지고 있어 병원계의 경각심도 요구된다.
지난해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진료빙자성추행방지법’제정을 위한 청원운동을 전개한 바 있다.
환자단체 연합은 ‘의료인의 정당한 진료행위를 보장하고 환자가 성추행을 당한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성추행이 우려되는 신체부위를 진료할 때 의무적으로 환자에게 사전고지를 하거나 제3자를 배석시키는 것’을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법률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의료인을 잠재적 성추행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당한 진료를 환자가 성추행으로 오해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법률이라는 주장이었다.
실제 이같은 법률의 필요성은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의 진료 과정 중 성희롱과 성추행을 주장하는 사례는 제3자가 함께하지 않고 단둘이 있었거나, 환자에게 사전 고지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 이뤄지기 때문이다.
지역 의사들 사이에서도 법적 장치가 차라리 마련된다면 떳떳한 진료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위기다.
대전 한의사협회 정금용 회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다. 한의사들도 진료하는 과정에 민감한 부위에 대해서 진료를 할때는 진료가 아닌 오해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제3자를 배석하는 등 방법을 취하는 것이 맞다”며 “성에 대해 민감해지면서 관행처럼 해오던 치료행위에 대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 법조계 관계자는 “문제는 의사들이 의료행위라고 주장하지만 환자가 진료과정에 성적 수치심을 느끼고 진료가 아닌 다른 행위라고 느끼는 행위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는 판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병원계 자체에서도 이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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