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임박한 가운데 여야가 막판까지 공천 문제에 몸살을 앓고 있다.
새누리당은 공천 과정에서 비주류 후보들의 대거 탈락에 따른 역풍이 불면서 일부 친박(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경선 패배로 고배를 마셨고, 더불어민주당은 친노(고 노무현 전 대통령) 진영의 좌장과 운동권 출신 의원들이 대거 떨어졌다.
반면에 친문재인 계는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는 상반된 상황이 연출됐다.
우선, 새누리당은 유승민 의원(대구 동구을)의 공천여부를 둘러싼 내분이 분당이 우려되는 사태로 촉발됐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 탓에 친박계와 비박계 간 정쟁을 떠나 전국적인 지지율 하락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일각에서의 주장에 무게감이 실리는 분위기다.
앞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21일 공관위 회의 후 ‘유 의원의 자진사퇴를 기다리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그게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아니겠냐”고 답변한 것이 이 방증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친유승민계 의원들은 거의 전멸했다. 또 당내 경쟁자가 없다고 평가되던 5선의 이재오 의원(서울 은평을)과 3선의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 등 친이계는 경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낙천했다.
반대로 김무성 대표 측 인사들 대부분이 생환했고, 친박계 상당수는 단수 추천 형식으로 비교적 쉽게 당내 경쟁을 뚫었다.
이 가운데 진박 마케팅의 역풍에 친박 핵심인 김재원 의원과 조윤선 전 수석 등이 줄줄이 탈락, 세 확장에는 한계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공천 후유증은 남의 일이 아니다.
공천 심사에서 이해찬 의원(세종)과 4선의 신계륜 의원(서울 성북을) 등 친노 진영의 원로들이 대거 배제됐고, 정세균계로 분류되던 강기정 의원(광주 북갑)·전병헌 의원(서울 동작갑)·오영식 의원(서울 강북갑) 등도 공천에서 고배를 마셨다.
또 정청래 의원(서울 마포을)을 비롯한 운동권 출신 강경파는 물론이거니와 박원순 서울시장과 가까운 인사들도 공천을 받지 못한 경우가 더러 발생했다.
특히 광주에서 현역 의원이 단 한명도 공천을 받지 못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당내 일각에서 무엇으로 싸울 것이냐는 볼멘소리도 적지 않게 들린다. 친문재인 계는 상당수 공천을 받았다.
이 때문에 실세는 뒤에 숨었고, 여권 출신 인사를 앞세워 물갈이를 꾀했다는 의혹의 시선이 문 전 대표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향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김 대표가 비례대표 2번으로 확정되자 ‘셀프 공천’이라는 비난 여론도 고조되고 있다.
국민의당도 공천 내홍은 피해가지 못했다.
광주 서갑 공천에서 탈락한 정용화 후보가 이날 당사 앞에서 도끼를 꺼내 두고 항의 시위를 벌였고 지난 21일에는 공천에서 탈락한 후보자 측 지지자들은 최고위원회의 회의장에 난입해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다.
광주 동남갑에서 장병완 의원(광주 남구)과 결선투표를 치른 서정성 후보 측은 회의장을 빠져나오는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를 에워싸고 “이게 새 정치냐, 뭐가 무서워서 (결선투표 결과를) 개표 못 하냐”라고 비난했고, 전남 영암·무안·신안에서 박준영 전 전남지사에 밀리며 탈락한 김재원 후보 측의 한 지지자가 웃통을 벗고 드러누워 박선숙 사무총장을 향해 “네가 비례대표직을 받으면 죽을 줄 알라”고 고함을 쳤다.
정치권 안팎에서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총선을 치르기 전에 당내 공천 갈등이 해결해야하는 것이 1순위 과제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강우성·김경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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