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정말 진료차원인줄 알았어요. 하지만 아무도 없는 진료실에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죠. 아무런 처벌도 없이 가해자가 용서를 받았어요. 어디에 하소연 해야 하죠?”
진료를 빙자로 가슴과 성기 등을 만져 강제 추행한 한의사에게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기소유예는 피의사실이 인정되지만 형법 제51조의 사유(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참작해 기소를 유예하는 것이다.
21살의 간호사인 김모씨는 지난해 7월 20일 오후 5시30분께 자신이 일하던 한의원에서 불쾌한 경험을 했다. 이 한의원의 직원은 단 2명 뿐이었다. 다른 직원이 오후에 조퇴를 하자 한의원에는 원장과 김씨만 남게 됐다.
피해자 김씨에 따르면 원장은 김씨에게‘손님도 없으니 아픈데가 있으면 침을 놔주겠다’고 제안했고, 김씨가 생리통과 생리불순 증상을 말하자 상의를 벗고 침대에 누워있으라고 지시했다.
김씨는 또 원장이 자신의 배를 찌르더니 갑자기 두손으로 가슴을 10여초간 만지고 바지 속으로 맨손을 넣어 성기를 3~5초가량 문질렀다고 진술했다.
놀란 김씨는 “이렇게 하는 거 맞냐?”고 소리를 질렀고 기분 나쁘다는 표현을 했다. 원장은 “기분 많이 나쁘냐”“ 부인과 진료는 이렇게 하는 것이 맞다”는 등의 대답을 했다. 김씨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어머니께 사실을 알리고 경찰서에 신고했다.
하지만, 검찰의 처분은 김씨에게 두번 상처를 안겨줬다. 검찰은 강제추행 피의사건에 대해 피의사실은 인정했지만 ‘진료과정에 고소인의 동의없이 신체 접촉을 한 것으로 그 경위에 일부 참작할 사유가 있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기소 유예했다.
대전지검 관계자는 “조사 당시 다른 간호사에게도 같은 방식의 치료를 해줬다고 가해자가 주장해 진료 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다보니 처벌이 애매했던 것 같다”며 “성폭력 교육 이수 조건으로 기소 유예처분을 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는 검찰의 이같은 판단에 불복하고 성폭력상담소와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재고소한 상태다.
사건을 담당한 김은주 변호사는 “무엇보다 정말 진료의 목적이 있었다면 충분한 설명을 했어야 했고, 제3자를 동반했어야 한다”며 “피해자가 너무 억울해하고 있고 통상적인 한의원의 부인과 진료 절차와 달라 철저한 재조사를 요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전지검은 현재 이사건을 부장검사 주임검사제에 따라 부장이 직접 관여해 사건을 재조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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