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읍내동장승 다시 세우기 성황
▲ 21일 오전 이광섭(61)씨가 대덕구 회덕주민센터에 입구에 다시 선 읍내동장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21일 오전 10시 30분께 대전 대덕구 회덕주민센터 마당에 30여명의 사람들이 1m가량 길이의 누운 돌 장승 앞을 서성거렸다. 20여년만에 제 가치를 알린 읍내동장승이 바로 서는 뜻깊은 자리를 축하하기 위해서다.
이날 행사의 보배는 주민센터 화단에 누워있는 돌이 ‘읍내동장승’인 것을 알아낸 이광섭(61)씨다.
건축업에 종사하며 타지 생활을 하던 이 씨는 ‘내고향 대전’에 대해서는 정작 아는 게 별로 없다는 생각에 주말마다 대전에 와 숨은 문화재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3년 전부터 주말이면 아내와 문화유적을 찾아나서기 시작했고 올해는 특히 대덕구의 정월대보름 행사에 집중하기로 했다. 대덕구 블로그 기자단 활동도 시작한 이 씨는 회덕주민센터를 들를 때마다 화단에 있는 ‘돌’이 궁금했다.
대전문화유산울림에서 ‘대덕의 문화유산(대덕문화원ㆍ1997)’을 찾아본 이 씨의 호기심은 커졌고 동장에게 협조를 구한 다음 본격적인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이 씨의 짐작은 들어맞았다. 그동안 잠적을 감춘 ‘읍내동 장승’이 다시 제 이름을 찾은 순간이었다. 이 씨는 “장승에 있는 세로홈이 손에 닿았을 때 희열을 느꼈다”며 “무언가를 열심히 좇고 공부하다 보니 이런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읍내동 장승의 원래 자리는 읍내네거리지만 현재는 도로가 변해 예전 자리로 돌아가긴 어려운 상황이다. 아쉬운 대로 일단 누워있는 읍내동장승을 주민센터에 세워놓기로 했다.
이 씨는 이날 행사에서 장승을 들어 다시 세우는 데 앞장서 삽질부터 청소까지 손수 나섰다. 사람들에게 장승의 세세한 특징들을 설명하기도 했다.
성공적으로 행사를 끝낸 이 씨는 또 하나의 소망을 밝혔다. 이 씨는 “장승과 한 쌍인 나머지 한 기의 장승을 찾아서 마주 세우고 싶다”며 “내년 대보름행사 땐 그 장면을 볼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슷한 장승을 보거나 예전의 읍내동장승에 대한 이야기를 아는 제보를 기다린다”고 덧붙였다.
이날 안여종 대전문화유산울림 대표이사는 “남은 한 기의 장승을 찾는 것과 함께 이번 발굴을 계기로 장승제가 다시 부활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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