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원 저렴한 이코노미존으로 예매해놓고 빈 프라임 좌석으로 몰래 이동
“영화 보러 갔다가 기분만 잡치고 나왔다.”
지난 주말 연인과 함께 대전 CGV를 다녀온 김모(29)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자신이 예매한 ‘프라임존’ 좌석에 다른 관객이 있어 “이 자리가 맞으시냐”고 묻자 신경질을 내며 자리를 떴다는 것이다.
김씨의 기분을 잡치게 만든 건 또 있었다. 상영관 곳곳에서 자리를 옮기는 관객들 때문에 스크린이 가릴 뿐만 아니라 어수선했기 때문이었다.
김씨는 “이코노미존으로 예매해 놓고 버젓이 프라임존에 앉아있는 얌체족 덕분에 영화 보러 갈 때마다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토로했다.
멀티플렉스 극장인 CJ CGV를 찾는 관객들 중 상영 매너를 지키지 않는 얌체족들이 늘고 있다. 최근 CGV가 ‘좌석별 차등요금제’를 시행하면서다. 시민들과 누리꾼들은 이들을 ‘메뚜기족’이라고 부르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CGV는 지난 3일부터 상영관 좌석을 ‘이코노미존’, ‘스탠다드존’, ‘프라임존’으로 나눠 가격을 차등화했다.
상영 요일과 시간대별로 가격이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스탠다드존 기준으로 이코노미존은 1000원 저렴한 반면, 프라임존은 1000원 더 비싸다. 이코노미존과 프라임존간에 2000원의 가격차이가 나는 셈이다.
문제는 이코노미나 스탠다드 좌석을 구매해 놓고 프라임존에 앉는 ‘메뚜기족’이 출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영화 상영 전까진 자신이 예매한 자리에 앉아 있는다. 하지만 상영관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되면 짐을 챙겨 자리를 뜬다. 비어있는 프라임존 좌석을 찾기 위해서다.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찾으면 제 자리인 듯 짐을 풀고 영화를 본다. 원래 가격보다 2000원 저렴하게, 그것도 좋은 좌석에서 영화를 즐기는 것이다.
영화가 상영되면서 움직이는 메뚜기족 때문에 영화 초반 상영관 분위기는 어수선하고 소란스럽다. 일부 메뚜기족은 뒤늦게 도착한 좌석 주인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제 값 주고 영화표를 구매한 관객들은 호구”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
대학생 이모(24)씨는 “영화에 집중하기 위해 더 비싼 가격을 주고 프라임존을 예매하고 있는데 아무렇지 않게 자리를 옮기는 메뚜기족을 보면 내가 바보인가 하는 생각에서부터 괜히 억울한 심정까지 든다”고 말했다.
CGV는 관객들에게 좌석이동 자제를 부탁하고 영화 상영 전 착석 여부를 확인하고 있지만 메뚜기족을 감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CGV 관계자는 “좌석 차등제가 적용된 이후 높은 등급의 좌석으로 자리를 몰래 옮기는 관객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상영관에 앉아있는 관객들의 티켓을 일일이 확인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인 만큼 기본적인 상영 매너를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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