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국가고시반·야자 운영
“상아탑, 취업사관학교로”우려
‘간호학과 국가고시 100% 합격’, ‘행정·임용고시 00명 배출’. 대학가 본관에 붙어 있는 플래카드다.
취업률이나 실적이 대학 평가의 중요한 지표로 활용되면서 대학이 앞다퉈 고시반과 야간자율학습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합격자 수는 곧 대학의 서열’이라는 인식이 확대, 상아탑이 취업사관학교로 변질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0일 대전지역 대학가에 따르면 교내 24시간 국가고시반을 개설하고 일부 학과는 야간자율학습을 실시하고 있다.
배재대는 80명 정원의 고시반을 운영, 인터넷 강의와 교재를 무료 제공하고 있다. 선발 기준은 학점과 관련 분야 시험 합격 여부다.
배재대 관계자는 “고시반을 들어가기 위한 학생들의 경쟁률이 치열하다”며 “실제 경찰시험을 비롯해 임용고시 등 합격자 대부분이 고시반 출신 학생들”이라고 말했다.
목원대는 사회과학대학 학생을 대상으로 숙식이 가능한 국가 고시원을 운영하고 있다. 행정·사법고시, 공인회계사 준비반으로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해 선발하며, 지원하는 학생들은 시험준비 및 학업 계획을 적어 제출해야 하는 게 필수 조건이다.
한밭대는 공인회계사, 세무사, 행정고시 등 전문직시험 준비를 위한 경영회계학과 심화학습실을 운영한다. 10여 명의 소수 정예로 구성되며 선발시 지도교수의 면접과 상담 등이 이뤄진다.
건양대도 경찰행정학과와 세무학과 고시실을 마련했고, 우송대는 간호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야간자율학습의 경우 강제성은 없지만 전 학년 참여율은 비교적 높은 편이다.
우송대 관계자는 “간호사 국가고시 공부 양이 방대해 홀로 공부하기보다는 서로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대학들이 고시반 지원 강화 등 취업률 높이기에 학생들을 내몰고 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역 사립대에 재학중인 김 모(21·경제학과)씨는 “입시지옥을 벗어나자마자 취업전쟁의 시작이다. 너나 할 것 없이 공무원, 공사 시험 준비에 열중하는 분위기”라며 “강제성은 없지만 학교에서 선의의(?) 경쟁을 시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취업률 지표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며 “고시반 출신 학생들이 좋은 성과를 많이 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대학만 손 놓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성소연 기자 daisy823@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