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그후… ‘병문안=예의’ 문화 아직도 팽배

  • 문화
  • 건강/의료

메르스 사태 그후… ‘병문안=예의’ 문화 아직도 팽배

  • 승인 2016-03-20 16:35
  • 신문게재 2016-03-20 8면
  • 김민영  기자김민영 기자
병문안 개선 노력불구 여전한 관행

#장면1= 19일 오전 9시 대전지역 한 병원의 입원실. 이른 시간이지만 면회객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손에는 환자가 입맛이 없어한다며 평소 좋아했던 김치들과 시골에서 가져온 음식물들이 한가득이다.병원 방송을 통해 면회 시간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문병객 이모씨(62)는 “문병하려고 시골에서 왔다. 면회 시간이 있는지 몰랐다”고 말한다.

#장면2= 감기에 걸린 정모씨는 환자에게 피해가 갈까 병문안을 가지 않았다가 ‘인사도 할 줄 모르는 안화무인(眼下無人)’취급을 받고 깜짝 놀랐다. 정씨는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편안히 치료받고 퇴원하길 바라는 마음에 병문안을 안가고 문자만 드렸다가 직장 상사의 눈치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행과 문화는 여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사치레에 불과한 병문안에 대한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메르스 사태 이후 병문안 개선을 위한 병원들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지만, 과거의 관행이 여전하다.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병원들은 병문안 개선을 위한 각종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충남대병원 등 지역의 종합병원들은 하루에 오전 10~12시와 오후 6~8시 등 2차례에 걸쳐 면회시간을 정해놓고 면회를 허용하고 있다. 대전 성모병원은 병실 게시판마다 외부 음식 반입 금지를 비롯한 제한 안내문을 붙이고 전 병동에 하루 2차례씩 면회 안내 방송을 하고 있다. 응급실도 상주 보호자 1명으로 제한하고 있고 안전요원 등을 배치해 이를 관리하고 있다.

건양대병원은 1층에 별도의 면회실을 운영하는가 하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문안 내용을 글로 남기면 환자에게 카드로 만들어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병문안 기준 권고안을 발표한데 이어 상급 의료기관들과 협약을 체결하며 병문안 개선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의료기관과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나 간병인이 숙식하며 환자를 돌보는 한국식 병문안 문화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명문안이 곧 인사치레이자 예의로 인식되는 문화 속에서 쉽게 문병 문화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법적으로 강력한 제재가 없고 환자들의 인식 개선에만 의존해야 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역병원 관계자는 “정부에서 권고안을 제시했고 병원측에서도 면회시간을 정해놨지만 강력한 법적 제재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강력한 통제를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보호자 없는 병원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의지가 있다면 좀더 강력한 방안의 문화개선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 대학병원 관계자는 “위반행위에 따른 법적 제재가 없는데 오신 면회객을 돌려보낼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메르스 사태가 종료된 지 불과 1년이 안됐는데 병문안 분위기는 이전으로 고스란히 돌아간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3.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4.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5.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3.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4. 대전시노인복지관협회 종사자 역량강화 워크숍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