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폰으로 수수료 꿀꺽, 피해구제 어려워
#1. A씨는 지난해 12월 한 금융회사 직원과 대출상담을 하다 솔깃한 말을 들었다. 다른 금융사에서 받은 대출금액이 많음에도 추가 대출이 가능하고 기존 대출금을 저금리로 전환시켜 준다는 것이었다. A씨는 이 업체에서 600만원을 대출받으며 저금리대출 전환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상담 직원에게 180만원을 보내줬다. 하지만 그 직원은 해당 금융사 직원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2. 생활비에 쪼들리던 B씨는 1월 모 금융사 대출중개인으로부터 300만원을 대출받았다. B씨는 중개수수료를 달라는 업자의 말에 105만원을 건네줬다. 이후 해당 금융사에 확인해보니 대출중개행위는 전혀 없었고 자신이 직접 대출을 신청한 것이었다.
대출 과정에서 각종 명목으로 금품을 뜯어내는 대출중개수수료 편취범죄가 수법을 달리하며 끊이지 않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불법 대출중개수수료 피해사례는 2011년부터 5년 동안 무려 6825건 발생해 피해금액은 174억9800만원에 이른다.
연간 발생건수를 보면 2011년 3449건에서 이듬해 2454건, 2013년 679건, 지난해엔 98건으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문제는 범죄수법이다. 저금리 대출전환이나 신용등급 상향 등을 미끼로 중개수수료를 뜯던 방식은 지고, 하지도 않은 대출중개행위를 내세우는 수법의 비중이 최근 들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사기범들은 대출업체에는 자신이 대출신청자인 것처럼 관련절차를 진행하는 동시에 피해자에게는 대출중개행위를 하고 있다고 속인다.
이런 수법에 의한 피해금액은 2012년 전체 피해액 80억8900만원의 37.4%(30억2700만원)에서 이듬해 44억2500만원 중 71.7%(31억7100만원)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도 3억6200만원의 피해금액 가운데 2억3900만원(66%)이 같은 수법에 당한 것이었다.
이와 함께 대출중개수수료 반환금액 비중도 감소하고 있다.
금감원이 대출중개업자에게 중개수수료 반환을 요구해 피해자가 돌려받은 건수는 5년 간 3449건, 56억6900만원에 이르고 있으나 반환금액비율은 2012년 35%에서 지난해 11%로 뚝 떨어졌다.
사기범들이 대포폰을 이용해 수수료만 챙기고 연락을 두절하는 경우가 많고 중개업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로 꼽힌다.
대출중개수수료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선 금융소비자가 직접 금융회사와 접촉해 대출 관련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금감원은 권고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중개업자가 대출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수수료, 사례금, 착수금 등 어떠한 명목으로든 대출중개수수료를 받는 것은 불법”이라며 “피해를 당했다면 금감원의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로 즉시 신고해야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승현 기자 hey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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