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이야기] 낮이 길어지니 좋지 아니한가 춘분(春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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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이야기] 낮이 길어지니 좋지 아니한가 춘분(春分)

  • 승인 2016-03-19 12:23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피부에 닿는 바람이 달라졌다. 꽃샘추위 때문에 아침마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허연 입김을 연거푸 뱉지만, 옷깃사이로 머리칼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에는 봄의 살결이 느껴진다.
이제 긴긴 겨울과는 비로소 안녕. 우리는 봄과 함께 꽃망울을 터뜨리고 봄과 함께 떠날 채비를 마쳤다.

3월20일은 춘분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절기다. 낮이 길어지니 지면에 닿는 태양빛이 많아져 새싹이 돋아나기 좋은 시기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농번기라 불러도 되겠다. 이 시기쯤 비가 내려 땅을 적시게 하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비가 내렸고 땅은 싹을 틔울 영양분을 머금고 기다린다.

농부는 씨를 뿌린다. 감자를 가장 먼저 심고 비닐하우스에 봄배추와 양상추를 심어둔다. 이와 함께 밭농사를 준비하는데 토마토, 수박, 오이, 호박 모종을 심어 기른다.

땅 농사에서 가장 필요한 거름도 이 무렵에 만든다. 볏짚과 낙엽, 동물들의 배설물을 섞고 왕겨와 쌀겨를 고루 섞어 물을 붓고 흙으로 덮어둔다. 봄의 따뜻한 온기와 땅속에서 올라오는 온기가 섞여 발효된다. 잘 띄워진 거름들은 곳 논과 밭에 뿌려져 좋은 영양분을 작물에게 고루 나눠준다.

머슴들을 불러 모아 대접하는 머슴날, 바다의 풍요를 가져다준다는 영등할머니, 날씨를 통해 농사의 운수를 점쳐보는 등 춘분 풍습은 모두 농사와 연관 있다.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여자들의 치맛바람보다 더 무서운 것이 3월 꽃바람이라 했다. 오죽하면 꽃샘에 설늙은이가 얼어 죽을까. 성큼 봄은 다가왔으나 삼사월에도 간간히 매서운 추위가 불어온다. 어른들은 꽃이 피어나는 봄을 시샘하느라 이리 추운 것이라 말했었다. 예나 지금이나 아름다움에 대한 시기어린 마음은 일맥상통하는 듯.

꽃샘추위는 무려 5월까지 이어지는데 느닷없이 꽃잎을 털어내는 강풍이 불기도 한다. 이 시기 옷 입기도 애매해져 봄인지, 아직 겨울인지 헷갈리는 날이 많다. 꽃샘추위로 봄꽃 개화가 늦어지기도 하고 봄 작물 생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매년 과일 값이 폭등하기도 한다.
이제 막 시작된 봄, 올해는 꽃샘추위가 무탈하게 지나가주길 바랄 수밖에.

일출은 빨라지고 일몰은 늦춰진다. 포근포근한 봄 햇살이 대지를 노곤하게 깨우니, 좋지 아니한가. 서둘러 밖으로 나가자. 봄의 전령 꽃들이 어서 오라, 당신을 맞이할 테니. /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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