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과 알파고 대결로 대한민국은 '바둑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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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과 알파고 대결로 대한민국은 '바둑열풍'

안관욱 프로八단을 만나다 프로라면 "반전무인의 자세로 최선의 한수 추구해야"

  • 승인 2016-03-19 09:33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흑과 백의 전쟁. 심오한 이 스포츠를 누군가는 신들의 놀음이라 했고 사람의 인생이 담긴 소우주에 비교하기도 했다. 바둑의 나이는 무려 4300살. 룰은 조금씩 변했지만 바둑안의 치열하고도 품격 있는 이 전쟁은 원형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

▲바둑은 흑과 백이 싸우는 전쟁이다.
▲바둑은 흑과 백이 싸우는 전쟁이다.


신과 인간만이 지배했던 바둑의 세계. 얼마 전 인공지능 알파고가 인간바둑에 도전장을 던졌다. 구글이 빅데이터와 기계학습기법인 딥 러닝을 활용해 만든 이시대의 역작이라 불리며 세계의 시선이 빅대결에 쏠렸다. 이세돌과 알파고, 인간과 인공지능, 감정과 무감정의 대결로 예측할 수 없으나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전쟁은 시작됐다. 결과는 1승4패. 인간이 지고 말았다. 한국의 천재바둑기사로 공격적인 바둑을 보여줬던 이세돌이 무너진 것. 그러나 사람들은 1승을 거둔 이세돌에게 열광했다. 승률 20% 남짓, 이 환호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고도의 집중력과 상대의 수를 읽는 혜안, 바둑은 결코 쉽지 않은 게임이다. 최근 알파고와 이세돌의 경기가 있은 후 바둑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덩달아 높아졌다. 학부모들은 자녀들 학습을 위해 기성세대들은 바둑에 대한 추억으로 젊은이들은 새로운 스포츠에 대한 흥미가 커진 것이다. 이에 3월18일 금요일 오전 프로8단 안관욱 기사와 김준석 초단을 만나봤다.

안관욱 프로 8단 신의 한 수보단 최선의 한 수 두고 싶어


▲31살 늦은 나이로 프로에 데뷔, 현재 프로 8단인 안관욱 기사.
▲31살 늦은 나이로 프로에 데뷔, 현재 프로 8단인 안관욱 기사.


*프로의 세계, 여전히 좁은 문
이세돌 9단과 알파고 대국 이후에 학부모들의 문의전화가 많이 와요. 바둑은 머리를 쓰는 전투지만 공격성보다는 오히려 정서가 순환되고 두뇌개발 측면에서도 유익하죠. 바둑을 통한 두뇌연구를 보면 공간감각과 추론 능력 활성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있어요. 1년에 총 17명 정도의 선수만이 프로에 입단합니다. 예전보다는 입단 경로가 다양해졌죠. 일반 연구생 5명, 여자 2명, 연구생 가운데 내신으로 1명, 대회로 연구생 2명, 경쟁률로 가장 어려운 지방 연구생 1명, 14~15세 영재 4명을 뽑습니다. 사실 전국적으로 연구생은 몇몇 안돼요. 서울 140명, 지방에도 100여명 정도. 대전은 10~11명 정도 있고 프로라는 큰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날마다 대국을 쉬지 않죠.

*바둑의 매력은
직업적으로 하다보면 매력이 뭔지 잊고 사는 거 같아요. 인생의 일부가 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죠. 프로가 되기 전에는 무궁무진한 변화가 있는 바둑에 우리 인생의 단면과도 비슷하고, 그 안에 전투도 있고… 재밌잖아요. 두뇌로 승부를 겨룬다는 것도 매력적이고요. 서서히 바둑에 빠져든 거죠. 고수들과 겨뤄보고 싶기도 했고요. 저는 31살 늦은나이에 입단했기 때문에 프로에 나와서 최고가 되겠다 생각한 적은 없어요. 다만 내가 좋아하는 바둑도 할 수 있고 제자들을 지도 할 수 있다면 이 생활도 괜찮겠다 생각한 거죠.
중국의 린하이펑(林海峰) 기사의 책을 많이 봤어요. 거의 외울 정도로. 그 사람 바둑에 매력을 느꼈고 닮고 싶었죠. 진중하면서 서서히 판을 지배하는 바둑을 두는 분이죠. 이창호 9단도 닮고 싶은 사람으로 이분을 꼽았죠.

▲중국의 린하이펑의 기보로 공부했다는 안 프로.
▲중국의 린하이펑의 기보로 공부했다는 안 프로.


*바둑은 스포츠다?
“바둑의 품격을 무시 할 수 없으니 문화예술이다”라는 여론과 “바둑은 두뇌경기니까 스포츠다”라는 두가지가 공존했었죠. 이에 대해서 한국에서도 오랫동안 판단을 하지 못했죠. 스포츠로 분류하려 했던 건 학업과 병행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를 위한 것이었죠. 대학진학과 이어지도록 육성 코스를 만들려는 노력이 꾸준히 진행돼 왔고요. 현재 한국기원은 대한체육회 소속이에요. 스포츠로 보는 것이 이제는 옳다고 봐요. 알파고와 경기를 하면서 스포츠적인 면이 더욱 많아진 거 같아요.
사실 바둑은 데이터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창의성을 발휘하고 보이지 않는 한 수를 찾는 것이고 이것이 기사들의 의무이자 목표였는데, 이번경기로 기사들의 자존감이 많이 하락했죠. 저도 이번 대국을 통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알파고 1200대 컴퓨터와 VS 1명의 인간
개발자들이 잘 만들었나봐요. 현재 알파고 수준은 인간의 최고의 경지까지 이르렀다 볼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수준이 굉장히 높다는 것에 놀랐어요. 아쉬운 점은 대국 환경 등 이런 부분에서 이세돌 9단이 자신의 역량을 모두 보여줄 수 없었다는 점이 아쉽죠. 사람과 사람이 바둑을 둘 때 상대방에게서 느껴지는 감정이 있는데, 뭐랄까 교감 혹은 텔레파시 같은 것이 느껴지는데 알파고와의 대국에서는 이세돌 9단은 이런 감정을 아예 느끼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감정 없는 기계와 외로운 대국을 한 것이죠. 인간의 지적인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려면 최소 3명 정도의 기사와 대결했었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요.

*신의 한수, 찰나적이면서도 시적인 순간
신과 인간은 차원이 다르죠. 사람이 생각하기 어려운 차원 높은 수로 해석하는데 바둑을 두다보면 깜짝 놀랄만한 수가 발견될 때가 있어요. 축구에서 갑작스럽게 골이 터지듯이 바둑에서도 찰나적이면서도 멋진 시적인 장면이 바둑에서도 존재해요. 절대 혼자 만들 수는 없어요. 실력이 비등한 상대와의 대국 속에서 발생하는데 절묘하면서도 그 시점에서는 완벽한 한 수 인거죠. 이때 골맛처럼 순간적인 희열을 느껴요. 사실 신의 한수보다는 최선의 한수를 두는 것이 중요하죠.

▲9살 김도엽은 바둑 6개월차. 돌을 움직이는 손이 아주 능숙하다.
▲9살 김도엽은 바둑 6개월차. 돌을 움직이는 손이 아주 능숙하다.


*시니어기사들 더 많은 무대가 필요해
3월21일부터 시니어바둑이 개막해요. 지역별로 연고지를 만들어 할 생각이었는데, 기사별 연고지 수급이 가능하지 않았어요. 선수 3명, 후보 1명, 감독 1명으로 팀을 이뤘어요. 전국 7개팀이구요. 앞으로 확대돼서 전국 17개 지역별로 팀이 만들어지면 좋겠죠.

한국바둑리그에는 시니어가 한명도 없어요. 안타깝게도 3년 전부터 선수 선발전이 사라졌죠. 프로기사 모두가 참여하도록 기회를 열어 놓는 것이 전통이었거든요. 기사들의 연구의욕들도 자극하고요. 참 아쉬운 부분이었는데 올해는 일부 비율이라도 선발전을 거칠 수 있도록 한국기원에서 가닥을 잡고 있다고 해요.

속기바둑이 강세인 최근 한국바둑에서 시니어들이 젊은 기사들을 따라 갈 수가 없어요. 이창호 9단이 스승인 조훈현 9단의 타이틀을 모두 가져간 것처럼 자연스러운 이치인 거죠. 승부의 세계니 더욱 그렇고요. 이창호 9단 덕분에 조훈현 9단의 세계적인 성적이 좀 더 오래 유지 되었다고 볼 수 있죠. 타이틀을 빼앗기고 있는 와중에도 조 9단이 세계대회에서 우승 한 적도 있거든요. 이창호라는 새로운 천재에게서 단련을 받아서 거기서 한 단계 정비된 거죠.

프로기사들의 대국수가 많이 줄었어요. 제가 막 입단했던 1990년대는 19개 대회가 있었고 많게는 1년에 70~80대국을 두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작년에는 출전할 수 있는 대회가 9개 정도, 개인 사정으로 5개 대회에 참가 했습니다.
또 10년 전 만해도 대국마다 출전수당이 있었는데, 현재는 32강에 들어야만 상금형식으로 받아요. 젊은 기사들 상당히 막막할 거예요. 한국바둑의 열악한 상황들이 개선돼야 바둑열풍도 이어지겠죠.

*프로라면 흔들리지 않아야
반전무인(盤前無人) 내 앞의 상대를 의식하지 않고 최선을 추구한다는 뜻을 신조로 삼고 있어요. 최선이 한수를 추구한다는 의미죠. 이창호 9단의 별명이 돌부처죠. 부동심의 소유자죠. 상대가 누구든 흔들리지 않는 자세, 프로라면 가져야 할 중요한 덕목이라고 봐요. /이해미 기자

바둑기사 김준석 초단의 하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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