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체조 지도자’ 박혜정 씨 대면낭독
17일 오전 연극인 신정임 씨가 대전 한밭도서관 시각장애인자료실 내 녹음실에서 도서 녹음을 하고 있다. |
17일 오전 대전 중구에 위치한 한밭도서관 시각장애인자료실. 문 닫힌 두 개의 녹음 부스에서 작지만 선명한 말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중 한 부스에선 10년째 도서 녹음 자원봉사를 하는 신정임(45ㆍ여)씨가 독일 작가가 쓴 베스트셀러 ‘오베라는 남자’ 속 인물 간의 대화를 실감나게 읽고 있었다. 마음에 안 드는지 같은 구간을 놓고 삭제와 재녹음을 반복했다.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책을 대신 읽어주는 자원봉사자가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신 씨처럼 한밭도서관에 등록된 녹음 자원봉사자는 약 60여명이며 이중 현재 30여 명이 활동 중이다.
신 씨의 본업은 ‘연극’이다. 신 씨는 “10여년 전 어린이와 특수아동에게 책 읽어주는 봉사를 하다가 여기까지 왔다”며 “내가 가진 장점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나눈다는 자기만족이 강한 것 같다”고 봉사활동에 발 디딘 이유를 설명했다.
책 한 권을 전부 녹음하기 까지는 빠르면 2달에서 3달까지 소요된다. 2개 부스에서 오전과 오후에 각각 2명과 4명이 녹음에 들어가 봉사자 1명당 일주일에 2시간씩 활동한다. 이렇게 도서관에서 녹음한 책이 5000여 권으로 과거 카세트 테이프 시절부터 녹음한 자료가 현재도 보존되고 있다.
같은 시간 중구 산성종합복지관에서는 봉사자 박혜정(61ㆍ여)씨가 시각장애인 노인 16명과 둘러 앉아 무언가를 읽고 있었다. 큰 목소리로 또박또박 ‘잠 잘 자는 방법’에 대한 건강 자료를 노인들에게 읽어주었다. 노인들은 가만히 박 씨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중체조 지도자인 박 씨는 2009년 한밭도서관에서 도서 녹음 자원봉사를 하다가 대면 낭독 추천을 받아 이곳으로 오게 됐다. 박 씨는 “초반에는 어르신들을 대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점차 보람을 느끼고 때로는 위로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언젠가 내가 앞을 못 보게 되는 날이 온다면 누군가 이 자리에 와야 하지 않겠냐”며 “내가 하는 그 이상의 것들을 배우는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김해정 한밭도서관 사서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개인이 가진 능력을 쓸 수 있다는 것에 봉사자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며 “다행히 꾸준히 관심갖고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서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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