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콘텐츠 접목해 상권 활성화 목적...지역사회 찬반 여론 심해
‘중앙철도시장’. 최근 이같은 낯선 대형간판 하나가 등장했다. 대전 은행교 맞은편 중앙시장 생선골목 앞에서다. 기존 ‘중앙시장(생선·건어물)’이라 걸려있던 간판이 새로 바뀐 것이다. 밤에는 어찌나 밝은 지 으능정이 거리 끝에서도 보일 정도다. ‘중앙시장’ 입구에 걸린 ‘중앙철도시장’이라는 명칭과 간판. 어찌 된 일일까.
대전의 역사를 함께 한 ‘중앙시장’ 이름이 ‘중앙철도시장’으로 바뀐다. 중앙시장 상인연합회와 중앙시장 활성화구역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이 명칭을 바꾸기로 결정하면서다.
명칭 변경일은 다음달 16일. 이날 이후부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검색어로 ‘중앙철도시장’이 등록된다. 공문서나 도로 지명 등에도 이 이름이 사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중앙시장 명칭 변경을 놓고 논쟁이 뜨겁다. “시대흐름에 따라 명칭을 바꿔야 한다”거나 “중앙시장 전통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상인회와 육성사업단은 명칭 변경 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철도를 명칭에 포함할 뿐만 아니라 관련 콘텐츠를 접목해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곳이 아닌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중앙철도시장’ 이름은 중앙시장이 대전역 등장으로 상권이 형성된 역사를 갖고 있고 바로 근처에 대전역이 위치하는 등 철도와의 인연이 높아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생선·건어물, 귀금속, 한복 등 6개 특화거리를 ‘요리역’, ‘귀금속역’, 메가한복역‘ 등으로 지명하고 웨딩(1호선), 패션(2호선), 푸드(3호선) 등 쇼핑 노선을 신설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중앙시장이 100여년 전부터 대전의 태동과 성장을 함께한 만큼 명칭 자체가 갖는 전통과 역사를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오랜 기간 지역민들이 중앙시장을 찾아온 만큼 공론화를 거쳐 결정해야한다는 주장도 시민들 사이에서 힘을 얻고 있다.
문창기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친구들과 함께 물건을 사거나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을 먹는 등 중앙시장은 대전 토박이들에게 적어도 하나쯤의 추억을 준 마음의 고향”이라며 “상권 활성화 등 목적은 좋지만 중앙시장이란 명칭에는 시민들의 추억과 역사가 함께 담겨있는 만큼 의견을 수렴한 뒤 명칭변경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인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갈리고 있다. 30년 동안 침구류를 판매해 온 정모(68)씨는 “그동안 지역 사람들에게 인식돼 온 명칭이 있는데 이름을 바꾼다고 해서 큰 효과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32)씨는 “요새 주말에 젊은층과 가족 단위로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시대 흐름에 맞춰 이름을 바꾸고 이에 맞는 콘텐츠들을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구범림 대전상인연합회장은 “명칭을 바꾼 후 실제 중앙시장에 역과 노선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레일을 까는 등 시장을 재미와 흥미가 있는 곳으로 만들겠다”며 “상권 활성화 차원에서 명칭 변경을 결정했고 다음날 16일 공식 선포식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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