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비래동 재건축 아파트에 필지가 현재까지 7개로 나뉘어 있다. |
조합원 203명이 준공 10년 만에 청산분담금 35억원을 떠안게 된 대전 재건축아파트의 피해는 2000년 조합원 301명을 제명한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분석된다.
분양신청을 안 한 조합원 301명을 제명한 것은 당시 재건축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묘수였지만, 16년이 흘러 청산 지연에 따른 조합원 피해와 갈등을 낳는 악수가 됐다.
대전 대덕구 비래동 509-1번지, 511-5번지, 511-9번지 등은 대전 재건축 1호인 한신휴플러스아파트의 지번 주소다.
1993년 당시 5층 높이의 주공아파트를 헐어 재건축하는 사업계획을 승인받고 2006년 준공해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사업부지의 토지는 정리되지 않고 있다.
한 세대의 대지권이 8개 지번에 들쭉날쭉 등재돼 있거나 어떤 지번에는 등기가 하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해당 아파트에 등기부등본을 떼어봐도 조합원 아파트라거나 채무사항이 기록되지 않아 매매에서 파악할 수 없고, 대지권 지분도 같은 평수의 다른 주택의 서류와 비교하지 않는 한 상대적으로 적다는 걸 알 수 없다.
이때문에 2006년 분양 이후 아파트 매매가 빈번히 이뤄져 조합원아파트를 매입해 승계조합원이 된 주민은 자신이 조합원인지도 모른 채 1900만원의 청산분담금 대상자가 되어 버렸다.
주민 조모(68ㆍ여)씨는 “퇴직 후 노후를 보내려 주택을 사서 들어왔는데 조합원아파트였고 청산분담금을 내라니 현금이 없어 집을 날릴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또다른 주민 박모(55)씨는 “500만원이면 해결된대서 그만큼 할인해 샀는데 청산금이 2000만원까지 늘었으니 집을 판 원조합원에게 소송해 돈을 받아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조합원 청산분담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646세대 중 조합원 203세대의 주택은 매매나 임대조차 되지 않고 있다.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앞으로 또 어떤 문제가 제기될지 몰라 아예 부동산중개를 안 한다”며 “같은 아파트의 일반 세대에 집값만 2000만~3000만원 올랐는데 조합 문제가 해결되면 분명 떨어질 것으로 또 피해자가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전 재건축 1호 아파트가 준공 10년이 되도록 조합청산을 못 해 35억원의 청산분담금이 발생한 것은 16년 전 301세대의 조합원 강제 제명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비래동재건축주택조합은 재건축아파트에 분양을 신청 안 한 조합원 301세대의 자격을 제명했고, 제명한 301세대를 일반분양으로 전환했다.
분양신청을 안 한 조합원을 제명해 그만큼 일반분양 세대를 확대해 사업중단 고비를 벗어났지만, 결국 소송에 휘말려 제명은 부당한 것으로 판결되고 조합청산이 지금까지 10년 지연되는 원인이 됐다.
지금도 제명조합원의 사망에 따른 상속등기 미경료 2건, 경매로 제3자에 넘어간 2건 등 10건 남짓의 대지소유권을 확보하지 못했다.
비래재건축조합장이자 청산인 홍모(43)씨는 “제명조합원과의 소송 및 대지권 확보를 상당수 마무리해 2013년부터 청산과정을 시작했으나, 일부 조합원이 법원에 불필요한 채무 사실조회를 진행해 분담금 규모가 많이 늘어난 것”이라며 “사실조회로 알게 된 채권관계를 모른척 사해행위 할 수 없어 조합원 분담금에 포함하게 됐다”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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