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위부터)15일 둘러본 충남 곳곳에서는 쓰레기 더미와 음식물, 분뇨가 가득 쌓인, 소독은 물론 관리가 전혀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돈사들이 발견됐다. 죽은 새끼돼지를 먹어치웠다는 제보가 들어온 개들도 있었다. 개들의 평소 먹이는 음식물쓰레기다. 기관의 구제역 상황실 역시 4일 째 상황판이 그대로이고 근무일지도 대충 작성됐다. |
“암만 이상해도 최대한 버티다 돼지들 픽픽 쓰러지고 하면 그제서야 마지못해 신고하는 거여.”
이는 최근 구제역이 확산하고 있는 충남도내 모 축산인이 들려준 얘기다.논산을 중심으로 충남에서 구제역이 대거 확산된 가운데 일부 축산인과 기관의 방역활동이 터무니 없이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명 축산단지의 외지인 출입과 돼지반출 금지로 인한 사육밀도 증가 등 구조적인 문제가 확인되기도 했지만, 일선의 소홀한 방역 실태는 급속 확산을 더욱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최근 본보 취재결과 축산인들 사이에서 구제역 방역에 대한 ‘대충하자’라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규정을 어기는 것은 물론 감염에도 쉬쉬하는 분위기다. 일부는 이동 및 모임 자제령에도 여행까지 즐기고 있었다.
“어떻게 집에만 있느냐”라는 것이 축산인들의 하소연인데, 대부분이 방역으로 명절에 가족도 보지 못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 이었다.
이런 행동들은 심각한 규정(법규) 위반으로 이어진다. 실제 도는 지난 1월 18일 166건의 무단 이동 차량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세종에서는 지난해 2월 한 농가가 구제역 감염 돼지를 몰래 강원도로 반출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다수의 축산인들은 “서로 구제역 감염을 쉬쉬하는 분위기다. 한 마리 감염됐다고 수천 수만 마리 죽일 수 없지 않느냐. 지역도 떠들썩 해지고...”라며 “(전염 여부를 떠나)원래 돼지 죽으면 묻거나 개 먹이로 주기도 한다”고 전국적인 업계 실정을 알렸다.
구제역 보상을 받으려면 소독일지도 제출해야 하는데, 평소 작성하지 않은 농가는 1000만 원 미만의 과태료 때문에 신고를 꺼리기도 한다는 전언이다.
기자가 확인한 일부 돈사에서는 개장에 버려진 죽은 새끼돼지, 흘러넘치는 분뇨, 음식물 등 쓰레기가 널린 축사가 발견됐다.신속한 신고나 일사분란한 통제, 철저한 개인 방역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한 농장에서 출생부터 비육, 출하까지 모두 총괄하지 않고 새끼를 사들여 비육한 뒤 판매하는 충남의 축산 시스템도 문제라는 자성이다.
당국 방역도 전과 다르다.방역에 소요되는 막대한 예산을 이유로 정부는 소독소 설치 등을 최소화 하고 백신접종에 의지하는 추세다.실제 전에는 도로마다 소독시설이 있어 겨울철 결빙까지 우려한 정도라면 지금은 발생농가 주변 등 지역 몇 군데에 거점초소 정도만 운영한다.
하지만 이런 방침을 떠나 일부 기관의 안일한 자세는 꼬집지 않을 수 없다.
15일 기자가 점검한 도 구제역 상황실은 지난 11일 현황이 상황판에 적혀 있었다.근무일지는 평소 5일에 한 번 정도 작성되는 등 사실상 방치상태였는데, 전날 기자의 지적에 뒤늦게 한꺼번에 채워졌다.천안시 직원들은 시와 구, 면 담당 직원들이 책임을 미루기도 했다.
도 관계자는 “두 명이 상황실 밤샘근무를 하는데 놓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수시로 변하는 구제역 상황을 파악하기 쉽지 않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축산인과 당국은 결국엔 책임을 떠넘기며 백신 탓을 했다.
축산인들은 “접종을 철저히 했지만 수입 백신 효능이 떨어진다”, 당국은 “정확히 접종만 하면 80% 정도는 구제역에 걸리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다만 양측 모두 진화하는 바이러스에 대응한 국산 백신의 신속한 개발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현재까지 충남에서는 일주일여 만에 논산 9곳 등 12개 농장에서 구제역이 확진됐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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