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재의 무단 복사·제본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만 한 권당 많게는 10만원이 넘는 전공서적 구매 부담이 큰 대학생들이 교재비 지출을 덜기 위해 불법인줄 알면서도 제본에 나서고 있다.
14일 충남대 인근 궁동에 위치한 복사집은 전공서적 제본에 나선 학생들로 북적였다.
복사비가 장당 30원인데다 제본값으로 2000원 등 한권당 1만원 안팎이면 전공 서적 한권 제본이 완성된다. 단체 제본일 경우 가격은 더욱 저렴하다.
이 곳 주인은 “요즘은 제본요청이 워낙 많아 셀 수도 없을 정도”라며 “거의 전공서적”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불법복사·제본은 저작권법에 의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지만 대학가에 불법 제본이 성행하고 있는 것은 만만치 않은 전공서적비 때문이다.
보통 학기당 5~7개 과목을 듣는 학생들은 적게는 20만원, 많게는 50만원을 교재비로 지출해야 한다.
정부의 반값 등록금 실현 홍보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학생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교재비는 또다른 부담일 수밖에 없다.
김준우씨는 “전공서적의 경우 한 학기만 들으면 다시 볼 일도 없기 때문에 몇만원씩 하는 책값을 내는 것이 부담스러워 제본을 하러 왔다”며 “제본이 불법인줄은 알지만 복사집마다 단체제본을 하면 가격을 깎아주고, 전공서적은 아예 과 차원에서 제본 수요 조사도 하고 있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 저작권보호센터가 2011년부터 4년동안 전국에서 적발한 불법복사 건수는 1878건.
불법복제가 성행하는 3월 기준으로 출판물 단속건수는 2014년 190건, 9699점에서 지난해 232건, 1만1891점으로 단속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저작권보호센터는 매년 3월, 9월 전국 대학 캠퍼스를 돌며 불법복제물 단속을 벌이고 있다. 이로 인해 대학가에서는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 등을 활용한 중고서적 매매나 교재 물려쓰기 캠페인 등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충남대 백마게시판을 비롯해 지역대 게시판에서는 전공서적과 각종 교재들을 팔거나 사겠다는 문의가 이달 들어 200여 건이나 올라왔다. 중고서적 가격도 5만원대 서적이 1만원에서 1만5000원 수준으로 제본가격과 거의 비슷하다.
지역대 관계자는 “자신들의 저서로 강의를 진행하는 교수들도 있고, 전공서적이 강의의 산물이라고 생각하는 교수들도 많아 중고서적 매매나 학과차원에서의 '교재 물려쓰기 캠페인' 등이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오희룡 기자 huil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