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처럼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 부럽죠. 지역에서 문화예술의 뿌리를 내리는게 훨씬 더 힘들다는 말이 뭔지 알 것 같아요.”
지난달 대전문화연대가 개최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집담회'가 끝난 뒤 지역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30대 김 모씨가 한 말이다.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은 고사하고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위기상황에서 내미는 구원의 요청조차 무관심한 지자체에 대한 섭섭함이 묻어나오는 말이었다.
그랬던 대전시가 최근 문제해결에 양 팔을 걷어붙이기 시작했다. 아직 구체적인 정책이 공식 발표되진 않았지만 큰 방향에서의 정책 노선을 정한 상태다.
앞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먼저 마주한 서울시는 시와 자치구가 각각 관련 정책을 쏟아냈다. 서울시는 종합대책 발표 후 거점 역할을 하는 앵커시설 마련을 계획해 지역의 정체성과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생계를 지키고자 했다.
서울시 성동구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만들어 임대차 표준계약서를 권장해 무분별한 임대료 상승을 막고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주민 간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
대전시가 가닥을 잡고 있는 해결 방안은 서울시의 노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까지 거론된 정책 중 높은 평가를 받는 정책들을 두루 모았다.
이에 문화예술계는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역 문화예술계 사이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돼야 알겠지만 문제에 관심을 갖고 대책을 세운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본다”는 열린 반응부터 “그동안 여러 단체나 문화예술인이 제시한 대안을 문제해결 방향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 반갑다” 등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흘러나온다.
지난달 개최된 집담회에서 이용원 월간토마토 편집장은 “대책에 대한 명확한 문제의식이 없어서 여기까지 왔다고 보는데 명확한 헤드쿼터를 만들어 놓고 현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추진해야 한다”며 “앵커시설을 시에서 마련해줬을 때 그 공간을 쓸 만한 역량이 있는지, 현재 대전 문화예술계에서 약한 고리가 어딘지 냉정히 판단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그림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좋은 것만 다 모아놓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그에 따른 부작용도 충분히 검토하고 단계별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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