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원도심에서 벌어지는 젠트리피케이션(원도심이 발달하면서 원주민이 쫓겨나는 현상)의 대책이 큰 틀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월 원도심 문화예술 공간이 현재 공간에서 쫓겨날 위기에 부딪히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지역 언론에 오르내린 얼마 뒤 권선택 대전시장은 긴급간부회의에서 대안 마련을 주문했다.
중구 대흥동에 위치한 '프랑스 문화원 분원'의 건물주는 지난 1월 그동안 원도심 문화예술 거리 조성에 중추적 역할을 해온 프랑스문화원 분원을 허물고 그 자리에 원룸을 짓겠다고 프랑스문화원 측에 통보했다.
이 곳에서 멀지 않은 위치에 있는 작은서점 겸 카페인 '도시여행자'도 비슷한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나는 동안 대전문화연대에선 '대흥동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집담회'를 개최하는 등 지역 문화예술계의 관심이 이어졌다.
대전시는 지난 11일 현재 큰 그림에서 문제의 대책 방안을 마련한 상태다.
그 중 가장 핵심은 대흥동 문화예술의 중점적 역할을 할 '앵커(anchorㆍ닻)' 시설 확보와 원룸촌이 돼가는 현 상황을 막기 위해 더 이상의 원룸 건설을 제한하는 '지구단위계획' 마련이다. 또 토지주ㆍ건물주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동참하기 위한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일부는 앞서 열린 집담회에서 나온 대안으로, 가난한 문화예술인이 오르는 임대료나 들어설 원룸에 밀려 쫓겨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애초에 그들의 공간을 시 차원에서 마련하는 것이다.
특히 대전시가 이 방안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추후 장소와 규모 등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구단위계획 역시 최근 몇 년 사이 우후죽순 늘어난 원룸이 더 이상 늘어나지 못하도록 제도적으로 제한한다. 원도심의 정체성이 흐려지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그동안 자치구에서 ‘개인의 재산권’ 때문에 손놓고 있던 상황을 타파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또 건물주나 토지주가 자발적으로 원도심 문화예술 공간을 지키는데 참여하게 함으로써 장기적 차원에서 원도심 슬럼화를 방지할 방침이다.
시 도시재생본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발표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현재 큰 가닥 안에서 현황 파악과 자료조사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세부적 대안을 마련하는 단계”라며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효인 기자 hyoy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