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권 집단대출규제로 주민 이주가 중단된 대전 재개발구역이 폐허처럼 변하고 있다. |
대전에서 추진 중인 재개발·재건축사업이 금융권의 집단대출 규제에 막혀 주민 이주까지 진행하고도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10일 찾은 대전 서구 복수동 서부경찰서 앞 복수동1구역 주택재개발구역은 골목에 쌓인 폐가구더미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빈집은 두꺼비집까지 해체돼 밖에서 걸어 잠겼고 세입자를 내보낸 다세대주택 입구에는 “재개발사업으로 철거가 예정돼 있으니 세입자께서는 2월 15일까지 퇴거해주세요”라는 안내문이 나풀거렸다.
이곳은 2006년 조합을 설립해 지난해 관리처분인가를 거쳐 착공을 앞둔 재개발지역으로 대전에서 가장 먼저 분양할 것으로 예상한 재개발구역이다.
지난 2월부터 진행한 주민 이주가 이달 들어 갑작스레 중단돼 조합사무실에 나와 주민들에게 대출서류를 작성해주던 은행 직원들은 모두 철수한 상태다. 금융권이 신규 집단대출에 규제를 강화하면서 사업비를 담당할 대출은행이 섭외되지 않아 이주비를 대출해주던 은행도 철수한 것이다.
주민 대부분 착공을 앞두고 다른 곳에 전셋집을 계약했고, 세입자를 모두 내보낸 상황이어서 재개발사업의 이주중단으로 큰 타격을 받게 됐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 오모(56·여)씨는 “보증금 200만원을 내고 전셋집을 계약해놨는데 이주비 대출이 중단돼 보증금을 날릴까 밤잠을 못 자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기업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소송 한 건 없이 진행하던 재개발구역에 중단을 초래한 것은 올해 들어 강화된 금융권의 집단대출 규제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융권은 사업비 대출에 앞서 도시주택보증공사의 보증을 요구하고 있으나, 보증공사에서는 좀처럼 보증을 해주지 않고 있다.
동구 용운주공아파트재건축정비사업과 유성 도룡동1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 등이 관리처분인가를 받거나 인가 예정인 상황에서 금융 대출규제에 막혀 위기를 맞는 상황이다.
조합 관계자는 “도시재생과 주거환경 개선차원에서 추진하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인데 일률적인 대출규제 때문에 지난 10년간 과정이 백지화될 위기”라며 “도시재생의 특수성을 반영해 대출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